박보균 “5·16은 근대화 혁명의 시작” 역사관 논란

입력 2022-04-12 04:04

박보균(사진) 문화체육부장관 후보자가 중앙일보 편집인·대기자로 재직 시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의 공적을 부각하는 칼럼을 다수 쓴 것으로 확인됐다. 역사 관련 정부 행사나 기념관 설립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체부 장관의 역사인식으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국민일보가 박 후보자의 2011~2020년 칼럼 219건을 분석한 결과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업적을 강조하고 전두환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내용이 다수 발견됐다.

박 후보자는 2012년 7월 20일 ‘역사는 통합의 무기다’라는 칼럼에서 “5·16은 산업화의 상징이다. 5·16은 쿠데타로 시작했지만 근대화 혁명의 시작이었다”라고 적었다. 또 “박정희는 역대 대통령들 중 여론 평가에서 1위다. 박정희 시대는 유신 독재의 어두움이 있다. 다수 국민은 박정희의 공과(功過) 중 공적을 먼저 바라보려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슷한 논조가 확인된다. 2011년 4월 13일자 ‘4·19세대와 이승만의 화해’라는 칼럼에서 박 후보자는 “대다수 한국인은 그(이승만 전 대통령)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알아도 일그러진 부분이다”라고 했다. 또 “4·19 주역들은 이승만을 역사의 족쇄에서 풀어줘야 한다. 4·19 세대가 이승만에 대한 평가를 독점할 수 없다. 이승만 생애에 대한 젊은 세대의 역사적 상상력을 차단해선 안 된다”고 썼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해선 ‘의리 있는 인물’로 묘사했다. 2019년 3월 14일 ‘DJ 집권 시절이 좋았다’라는 칼럼에서 “전두환식 리더십의 바탕은 의리다. 거기엔 ‘수호지의 양산박’ 느낌이 풍긴다”라고 적었다.

역사교과서에서 이들의 업적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러 차례 내놨다. 2015년 10월 29일 ‘역사 내전 드라마’라는 칼럼에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교과서의 박정희 사진은 한 장이다(천재교육)”며 “교과서는 (경제 개발을) 집권 과정의 취약성 만회로 묘사했다. 산업화의 시대적 열망은 일그러진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현행 교과서의 왜곡·편향을 실감 나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7월 23일 ‘권력의 역사의식’에선 “이승만의 공적은 선명하다. (중략) 공이 과를 압도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장은 “이전 대통령의 공이 교과서에 일부만 적혀있다고 해서 ‘저평가됐다’고 말하는 건 주관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역사는 과를 명확히 얘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자는 국민일보에 “5·16은 헌정질서를 유린한 쿠데타가 맞다”며 “다만 그간 전직 대통령들의 공과를 진영과 상관없이 모두 평가해왔다”고 해명했다.

양한주 이의재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