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검장들 “검수완박, 국민에 피해… 공론화 위한 여론 수렴 절차 필요”

입력 2022-04-12 04:06
전국검사장회의가 열린 1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김 총장과 박성진 대검 차장, 전국 지검장 18명 등이 참석해 대면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현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에 전국 지검장들은 한자리에 모여 “결국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에 반대하는 검찰의 목소리를 입법권에 대한 도전으로만 여기는 것은 곤란하다며 공론화를 통한 국민 여론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 이후에도 검찰의 주장이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물러서겠다고 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과 예세민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은 11일 전국 지검장 회의 이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이같은 회의 내용을 밝혔다. 김 지검장은 “지난해 1월 형사사법 제도 개편 이후 범죄를 발견해도 제대로 처벌할 수 없고, 진실 규명의 곤란과 사건 처리 지연으로 국민들이 겪는 혼란과 불편을 절감하고 있다”며 “국민적 공감대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않고 검찰 수사 기능 폐지 법안이 성급히 추진되면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는 와중에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이번 회의에서 공유됐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는 검사가 다른 범죄를 발견하더라도 수사를 할 수 없어 ‘암장’되는 범죄가 늘었다는 점,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더라도 미제로 남는 사례가 증가했다는 점 등이 거론됐다고 한다. 국회 움직임에 바로 예민하게 반응하기보다는 단계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지검장은 검찰뿐 아니라 법원과 변호사협회, 관련 시민단체 등 의견도 수렴돼야 한다면서 “모든 분의 의견을 들어보고, ‘검찰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라고 한다면 그때는 저희가 물러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의 태도가 단순히 집단적 반발로 비춰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호소도 있었다. 김 지검장은 “(법안 추진에 대한 검찰 입장을) 국민들에게 알릴 시점이 됐다는 생각에서 드리는 말씀”이라며 “국회 입법권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건 아니라고 본다. 적절한 의견 개진은 필요하다”고 했다.

김 총장은 이런 검찰의 의견을 전하기 위해 국회를 직접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지검장들은 김오수 검찰총장과 마찬가지로 직을 걸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도 했다. 김 지검장은 “직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건 일치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 관점에서 우리가 잘못하고 있으면 가열차게 비판해주시는 동시에, 법안 추진에 문제가 있다면 그 점도 지적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