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규(사진) 국민의당 의원이 1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인수위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이 의원은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최측근 인사다. 지난 대선에서 안 위원장 측 대리인을 맡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과 함께 ‘윤석열·안철수’ 야권 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킨 주역이기도 하다.
이 의원의 갑작스런 인수위원직 사퇴 선언을 두고 ‘윤석열·안철수 공동정부’ 구상에 이상기류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또 이 의원 사퇴의 결정적 원인이 새 정부 내각 인선을 둘러싼 갈등 때문일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윤 당선인은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10일 발표하면서 안 위원장 측 인사는 1명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장 실장은 ‘이 의원의 사퇴가 (장관) 인사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답하며 진화에 나섰다.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도 “공동정부에 이상기류가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 의원은 이날 ‘의원실 알림’ 형식의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늘부로 인수위원직에서 사퇴한다”며 “아울러 저에 대해 여러 부처 입각 하마평이 있는데 저는 입각 의사가 전혀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후 인수위 대변인실은 “구체적인 사퇴 이유 및 (사퇴) 수리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확인이 어렵다”고 공지했다.
이 의원은 이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 격리 중이어서 인수위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의원은 오전에 안 위원장에게 인수위원직 사퇴 의사를 알렸고, 안 위원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정확한 사퇴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 의원의 사퇴 선언이 이번 1차 내각 인선에서 안 위원장이 패싱된 것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 위원장은 10일 인선 결과가 나온 뒤 “저는 추천을 해드리고 인사에 대한 결정은 인사권자가 하는 것”이라며 “그 책임도 사실 인사권자가 지게 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인수위 측 핵심 관계자는 “이 의원의 사퇴는 장관 인선과 관련한 개인적인 섭섭함 때문으로 보인다”며 “안 위원장은 이번 내각 인선에 불만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안 위원장이 인사에 불만이 없는데, 공동정부 구성에 이상기류가 있다는 해석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행정안전부 장관직을 원했지만,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를 관리하는 책임을 진 행안부와 법무부 장관에는 정치인을 배제하겠다는 윤 당선인 측 결정에 따라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실장은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오전에도 안 위원장과 인사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인수위 관련 문제까지 많이 논의했다”며 “이 의원과도 한번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