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 범죄 수사력 떨어질 것” “수사·기소 분리 방향성엔 공감”

입력 2022-04-12 04:02 수정 2022-04-12 04:02
전국검사장회의가 열린 1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이날 회의에서 검찰은 ‘검수완박’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최현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 움직임에 법학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무엇보다 수사권 조정 1년 만에 제도를 손질하는 건 형사사법 체계에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우려가 크다. 검찰에서 가져온 수사권을 누가 행사할지, 새로운 수사 환경에서 재판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먼저 고민하지 않으면 수사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다만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대원칙에 공감을 표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수사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주당이 발의한 다수의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에 남은 6대 중요범죄에 대한 수사권 폐지를 골자로 한다.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을 없애 경찰 수사 사건에 검찰이 개입할 여지를 두지 않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수의 법학자는 우선 시기상으로 수사권 논쟁이 재점화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짚었다.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과 보완수사 요구권을 검찰에 두기로 한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승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권 초기 일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검찰에 중요범죄 수사를 맡겼는데, 지금 이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당시 수사권 조정이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애인·아동 피해자를 주로 공익 변호하는 김예원 변호사 역시 수사권 조정의 부작용을 먼저 해결할 때라고 봤다. 김 변호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검수완박’이라는 말이 무슨 캐치프레이즈처럼 쓰인다”며 “제도 변화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은 과연 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이 경찰과 검찰 사이를 오가며 한없이 지연되고, 경찰의 불송치 결정 이유서는 너무 짧아 제대로 된 이의신청이 어렵다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도 전했다.

정웅석 형사소송법학회장도 “원래는 사건이 장기미제로 넘어가면 검사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는데, 지금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하라고 넘기면 사건번호가 사라지게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도 변화를 논하는 게 국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수사권 폐지 이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경찰, 특별수사청, 중대범죄수사청 등이 수사권을 행사할 주체로 논의되지만 실제로 기관이 만들어지고 정비될 때까지 수사대응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공수사권을 예로 들면서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넘기기로 결정한 뒤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고 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LH사건 등 지능적인 사기 범죄에서 경찰이 제대로 수사능력을 보여줬는지 의문”이라며 “법 적용 전문가로서 검찰이 갖고 있는 노하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의견도 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런 문제가) 과도기적 현상이라고도 볼 수는 있다. 정착이 되면 조금 나아지긴 할 것”이라며 “검찰 수사권이 폐지되면 검찰과 경찰에 대한 인력 개편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에서 사건 처리가 늦어진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게 경찰의 능력 부족인지 수사권 조정의 결과인지 등에 대해선 아직 제대로 분석이 되지 않았다”며 “현재 경찰이 삐걱대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분석해야 대안이 나올 것”이라고 봤다. 기소와 수사를 분리하는 방향성 자체에 공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교수는 “형사사법 권력의 분립 문제로 봤을 때 (현재 논의가)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 나가는 작업이란 점에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게 장기적인 방향에서는 옳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그렇다고 해도 기존의 형사사법 체계가 근본부터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장기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검찰에서 수사권을 완전히 덜어내는 게 헌법에 어긋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린다. 장 교수는 “헌법에 수사권이 명시적으로 규정돼있지 않아 검토되는 입법안 자체가 위헌적이라곤 볼 수 없다”고 봤다. 반면 차 교수는 “검사에게만 강제수사와 관련된 영장청구권이 부여된 만큼 수사권 박탈은 헌법정신을 우회하는 것”이라고 했다.

임주언 조민아 구정하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