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조정안 무산 위기… 옥시·애경 9240억 최종안 불수용

입력 2022-04-12 04:04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애경타워 앞에서 열린 애경 불매운동 기자회견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가 최종 조정안을 거부한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애경산업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추가 협의를 촉구했다.

조정위는 11일 경과보고 기자회견을 열어 “당초 주도적으로 조정을 요청하였던 일부 기업 측에서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는 입장을 표명한 점은 아쉽고 유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조정위는 60여 차례 회의 끝에 지난달 최종 조정안을 내놨으나 옥시와 애경산업이 ‘부동의’ 입장을 밝히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조정안은 피해 연령이 낮을수록, 또 피해 등급이 높을수록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조정대상자는 7000여명에 이르고 옥시 등 9개 기업이 마련해야 하는 재원은 최소 7795억여원에서 최대 9240억여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옥시와 애경산업이 부담해야 하는 조정금액이 60% 정도를 차지한다.

두 기업은 조정금액과 분담 비율의 적정성 등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담 비율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상 비율에 따라 책정됐다. 옥시의 경우 조정금액 지급을 위해서는 옥시 영국 본사의 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본사는 조정이 진행되는 내내 이에 대한 명확한 의사를 전달하지 않았다. 조정위 관계자는 “한국 지사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본사의 입장 표명이 전혀 없어 합의가 어려웠다”며 “본사에 직접 접촉해 설득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정위는 피해자와 기업 간 협의를 바탕으로 출범한 민간기구다. 추가 조정이 무산되면 조정위는 이달 해산된다. 김이수 위원장은 “비상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