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문턱 낮춘다는데… 고금리·DSR 규제에 ‘그림의 떡’

입력 2022-04-12 04:06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경쟁적으로 낮추고 있지만 대다수 대출수요자들은 여전히 돈을 빌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고, 대출 규모를 결정짓는 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오는 12일 오후 5시 이후 접수분부터 주력 신용대출 상품인 ‘하나원큐신용대출’ 한도를 기존 1억5000만원에서 2억2000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11일부터 부동산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인 ‘우리원더랜드’ 가입자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전세대출을 신규로 받을 경우 연 0.1%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지난 5일부터 주담대·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55%포인트, 신한은행은 8일부터 최대 0.2%포인트 인하했다.

그렇지만 금리 인하에도 가계대출 상품 금리는 여전히 높다. 우리은행 고정(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 8일 최대 6.26%까지, 하나은행은 지난 10일 6.22%까지 올랐다. 불과 5~6개월 전인 지난해 11월만 해도 주담대 평균금리는 3%대 초중반에 머물렀다. 거치 1년, 30년 상환 조건으로 4억원을 빌린다고 가정할 때 금리가 3.5%라면 첫해 상환액은 117만원에 불과하지만 6%라면 200만원으로 훌쩍 뛴다.

가계대출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DSR 규제도 현행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규제를 무작정 풀었다가 간신히 잡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한국은행이 국내 은행 1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1분기 마이너스(-) 14였던 가계 주택 부문 대출 태도 지수는 2분기 플러스(+) 11로 상승 전환했다. 가계대출에 부정적이었던 은행권이 입장을 선회했다는 의미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문턱을 낮춘다고 하지만 고금리에 DSR 규제까지 겹쳐 대출 수요가 실제로 늘어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