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새 정부,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해달라”

입력 2022-04-12 04:07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왼쪽에서 세번째)과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한국창호커튼월협회 등 18개 중소기업 단체 관계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납품단가 제값받기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 설치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중소기업들이 생존 위기에 처했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공급망 불안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중소기업계는 ‘납품단가 연동제’(별도 요청 없이도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제도)와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 설치를 새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철강·시멘트·레미콘 업종 등의 18개 중소기업 단체는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자재값 상승분이 납품대금에 반영되지 않는다면 공사 중단과 폐업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 강성진 청송건설 대표는 “최근 전남 지역 전문건설업 대표가 부당한 하도급계약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원도급 회사의 공사대금 미지급,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공사금액 적자 등으로 자금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철근·콘크리트 업종이 건설현장 1차 셧다운을 예고했을 때 원청사 70%가 하도급 대금 조정을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 공사대금 인상이 어렵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1년 새 건설자재비가 50% 치솟아 도산하는 업체들이 나오는 만큼 2차 셧다운을 강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병조 창호커튼월협회장은 “창호·커튼월 프레임의 주소재인 알루미늄 매입 단가가 지난해 3000원에서 현재 6400원으로 폭등했지만 건설사와 계약기간은 1~3년이라 엄청난 손실을 떠안고 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모든 공사를 중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은 원가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배조웅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은 “시멘트 대기업은 유연탄 가격 상승을 이유로 19% 추가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공급중단 압력까지 행사하고 있다. 반면 건설회사는 한 푼도 올려주지 않고 있다”면서 “이달 말까지 인상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매출의 80%를 대기업에 의존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납품단가 조정을 요구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정한성 한국파스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차일피일 미루는 대기업의 눈치를 보며 언제쯤 납품단가를 조정해줄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파스너 업종 중소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8%에 불과한데 원재료 공급기업의 이익률은 적게는 3배, 많게는 8배까지 높다”고 꼬집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했던 얘기 또 한다고, 지긋지긋한 문제라고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가장 고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라면서 “새 정부에서는 납품단가 연동제를 조속히 도입하고 대통령 직속 상생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