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출신 피아노 요정… “내 꿈과 음악은 전쟁 막는 것”

입력 2022-04-12 04:03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오는 20일 내한 리사이틀을 갖는 조지아 출신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 그는 반전 난민 인권 환경 등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c)Esther Haase

조지아 출신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34)는 ‘세이렌’으로 불린다. 아름다운 외모와 신비로운 노래로 뱃사람들을 홀려 난파하게 만든다는 그리스신화의 요정 세이렌처럼 외모와 실력이 출중해서다.

3살 때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피아노를 시작한 부니아티쉬빌리는 2010년 소니 클래시컬 전속 아티스트가 된 뒤 5장의 솔로 앨범과 3장의 협연 앨범을 냈다. 2012년과 2016년엔 독일의 권위 있는 클래식 음반상인 ‘에코상’을 받았다. 그의 연주는 세이렌처럼 유려한 기교 속에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서정성을 느끼게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니아티쉬빌리가 오는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2019년 5월 KBS교향악단과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협연을 가진 적이 있지만, 독주회로는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부니아티쉬빌리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변화를 묻자 “가족 등 사랑하는 사람을 갑자기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다”면서 “이전엔 정신없이 투어를 하며 연주에 몰두했다면 팬데믹 이후에는 연주를 잠시 멈추고 숨을 쉬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답했다.

이번 콘서트에서 그는 2020년 발표한 솔로 앨범 ‘미궁’(Labyrinth)에 실린 사티의 짐노페디 1번을 비롯해 쇼팽, 바흐, 슈베르트, 리스트의 소품 등을 선보인다. 그는 “곡 하나하나보다 전체 프로그램을 하나의 이야기로 보고 그에 따른 제 해석을 들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미궁에 빠졌을 때의 당황스러움부터 길을 찾아가며 느끼는 복잡한 감정까지 관객과 같이 풀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부니아티쉬빌리는 2020년 10월 명품 브랜드 까르티에의 홍보대사가 됐다. 그는 “까르티에 콘서트에서 연주하며 인연을 맺었다”면서 “단순히 제품을 착용하고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도 하고 싶다는 제안이 받아들여져 참여하게 됐다. 할리우드 배우나 셀럽이 아닌 저 같은 음악가도 이러한 홍보대사 활동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사회적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낸다. 2020년 UN난민기구(UNHCR) 창립 70주년 기념 시리아 난민을 위한 콘서트, 2017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돈바스 전쟁(친러 성향 반군이 러시아와 합병을 목적으로 일으킨 내전) 피해자를 위한 자선 콘서트 등에 참여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달 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를 위한 연대’ 콘서트에선 쇼팽의 연습곡 12번 ‘혁명’을 연주했다. 그는 “어떤 것도 상황을 되돌리거나 우크라이나 국민의 아픔을 메울 수 없겠지만, 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빠르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조국 조지아가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 내 남오세티야의 친러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하기 위해 조지아를 침공해 항복을 받아냈다. 이후 그는 러시아에서 연주를 거부하고 난민 인권 환경 등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내 꿈은 전쟁을 멈추고 없애는 것이다. 내 연주로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