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리포트] ‘가스산업 올림픽’ 코로나 뚫고 90개국 에너지 기업 참가

입력 2022-04-12 20:31
5월 23~27일 열리는 대구 세계가스총회(WGC) 개최를 앞두고 전시장을 대폭 확장한 대구 엑스코 전경. 대구시 제공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던 대구 세계가스총회(WGC)가 5월 23~27일 열린다. 우리나라에서 WGC가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가스산업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WGC가 코로나19 때문에 꽁꽁 얼었던 지역 경제를 녹여줄 것이라고 대구시는 기대하고 있다.

세계 가스 기업들 총출동

9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WGC는 세계에너지총회, 세계석유총회와 함께 세계 3대 에너지 분야 행사로 꼽힌다. 대구에서 열리는 WGC는 28번째 행사다. 지난해 개최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1년 연기됐다. WGC조직위원회는 지난 2월 팬데믹의 약세와 국제적인 규제 완화 추세 등을 고려해 총회를 100% 대면 방식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대구 WGC에는 셰브론, 엑손모빌, 카타르가스, 셰니어에너지 등 가스 공급을 주도하는 90여개국의 글로벌 에너지기업 대표단이 참석한다. 전체 참석 인원은 1만2000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전시의 경우는 예약률이 약 80%로 이미 3년 전 미국 워싱턴 총회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오미크론 변이 유행에 따라 참여 희망자들이 등록을 미루고 있지만 총회가 가까워질수록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돼 막판에 등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억눌렸던 마케팅 욕구가 폭발할 것이라는 것이 시의 예측이다.

시는 당초 4000명 이상의 외국인이 참가 등록하는 역대 최대 행사를 계획했지만 각종 악재로 이전 대회와 비슷한 수준(외국인 참가 등록 3000~3500명)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하지만 외국인 참가 등록 인원은 줄어도 기존에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들 대부분 참석을 확정해 흥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번 대회는 탄소중립, 기후위기, 친환경 에너지 등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열린다. 최근 경기회복 추세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제유가, 천연가스, 원자재 가격 등이 급등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탄소중립이 글로벌 화두가 됐지만 아직 청정에너지, 신재생에너지 수급은 불안정한 실정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에너지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에너지 공급선 다변화, 에너지 안보 확보 등이 국가 최우선 과제가 되는 상황에서 이번 총회가 미래 에너지 정책 동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하는 지속가능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총회에 전세계 90여개국 업계 전문가, 정책입안자, 글로벌 업계 리더기업들이 총출동해 당면한 에너지 이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다. 에너지에 국한하지 않고 에너지에 영향을 받는 세계 경제의 방향성까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총회 기간 진행되는 주요 프로그램의 주제도 탄소중립시대 천연가스의 역할 고민, 공급선 다변화 등이다. 5월 24일에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패널로 참석해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에너지 전환을 논의하고 25일에는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과 유니퍼, BP 등 주요기업 CEO·임원들이 탄소중립에 대해 기조발표를 한다.

박봉규 WGC 조직위원장은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세계 최대 국제가스 행사를 세 번의 도전 끝에 어렵게 유치했다”며 “정부인사, 기업 CEO, 비영리기구(NGO) 대표, 에너지 전문가, 각국의 업계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범국가적 에너지 의제를 논의하고 새로운 정보를 공유하는 매우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글로벌 에너지도시 도약한다
지난해 말 열린 대구 세계가스총회 성공다짐행사 모습. ‘가스산업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가스총회가 국내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대구시 제공

메가 이벤트인 만큼 대구시가 행사에 임하는 각오와 준비도 남달랐다. 시는 그동안 한·일월드컵(2002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2011년), 대구세계에너지총회(2013년), 세계물포럼(2015년) 등 굵직한 국제행사를 개최하며 얻은 노하우를 이번 총회에 쏟아부었다.

대면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인프라 시설인 엑스코를 확장해 전시장 1만5000㎡를 추가로 확보(전체 3만여㎡)했으며 숙박시설도 관광호텔 5000실, 일반숙박시설 1800실을 확보했다. 인천공항~숙박시설, 행사장~숙박시설 전용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외국인 전담택시도 배치한다.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를 위해 총회 기간 엑스코, 주요 호텔 주변, 시내 주요 장소에 K-팝, 국악, 뮤지컬 갈라쇼 등 다양한 상설 공연을 개최한다. 이 밖에도 대구·경북지역 문화유산 투어, 지역특산물·기념품 판매부스 설치, 대형쇼핑센터 마케팅 행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직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참가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뒀다. 응급의료지원반을 운영해 응급환자 발생 시 지정병원으로 신속히 후송하고 치료할 계획이다. 행사장 안전과 대테러, 경비 분야에서도 유관기관과 협동체계를 구축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

경제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구경북연구원이 분석한 WGC가 대구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에 따르면 생산유발효과 4499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 1944억원, 취업유발효과 4185명이 기대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그동안 1000만 그루 나무심기부터 태양광, 전기차 보급 등 에너지 산업 육성까지 꾸준히 녹색 대구 정책 기조를 유지해왔다”며 “이번 총회는 에너지 산업 국제행사를 꾸준히 개최해온 대구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모 대구시 세계가스총회지원단장
“역대 최대 규모 예상… 숙박·수송 등 모든 부문 세밀하게 준비”

코로나19 장기화, 오미크론 변이 폭증, 우크라이나 사태 등 암울한 국제 정세 속에서 대구 최대 국제행사를 준비한 이현모(사진) 대구시 세계가스총회지원단장은 12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총회 참가자들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행사로 기억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이번 행사가 대구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행사가 열리는 5월에 엔데믹 분위기가 형성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하는데 대구 세계가스총회가 대구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희망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멈춰있던 지역의 마이스산업 정상화 물꼬를 트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행사 연기가 오히려 철저한 준비의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역대 최대 규모를 생각하고 숙박, 수송, 관광 등 모든 세밀한 부분까지 준비를 했기 때문에 행사 운영의 미숙함은 없다고 자신한다”며 “앞으로 치를 국제행사에 참고할 수 있도록 행사 후 예산을 들여 만족도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행사 준비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귀뜸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오미크론 변이 유행 때문에 외국 참석 대상자들이 등록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행사를 홍보해도 코로나19와 전쟁 이슈에 묻혔다”고 아쉬워했다.

목표했던 역대 최대 총회 타이틀을 얻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규모와 상관없이 성공적인 총회가 될 것이라고 이 단장은 자신했다. 그는 “여러 악재 때문에 이전 총회들과 비슷한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계 가스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회원사들의 참여는 당초 계획과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행사의 의미와 흥행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이 행사를 완성하는 주인공이라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이전 개최 도시인 파리, 워싱턴DC 등 국제적인 도시와 규모로 경쟁해서는 감동을 주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구시민의 따뜻함과 친절함을 외국 참가자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