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출장 부분 재개·거점 오피스 운영·서울 사무실 복귀

입력 2022-04-12 04:05
삼성전자는 11일부터 ‘부분적 일상회복’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면 회의, 집합교육, 출장 행사 등을 제한적으로 재개한다고 사내 공지했다. 사진은 점심시간을 맞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근무 유연성’에 초점을 맞췄던 기업들이 ‘포스트 오미크론’ 체제를 앞두고 고심에 빠졌다. 지난 2년 동안 재택근무에 실렸던 무게를 어디로 옮겨야 할지, 직원들이 선호하는 근무형태가 무엇인지가 고민의 뿌리다. 일부 기업은 사무실 출근을 기본으로 하는 ‘근무 정상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미 ‘재택’에 적응한 직원들이 사무실 출근을 ‘역주행’으로 여길까 싶어 근무 형태를 다양화하는 기업도 등장한다.

기업들은 잇따라 근무 지침 등을 변경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대응하고 있다. 정부에서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체계를 발표하는 데 맞춰 재택근무, 회식 금지, 국내외 출장 자제 등의 내부 지침을 철회하거나 수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1일부터 부분적 일상회복을 추진한다며 사내에 방역지침을 공지했다. 그동안 금지했던 대면 회의, 집합교육, 출장 행사 등을 제한적으로 재개한다. 보직장 주관으로 10명 이내라면 회식도 허용키로 했다. 업무 셔틀버스도 제한적으로 운행하는 등 출근 정상화의 틀을 다지고 나섰다. 다만 재택근무 비율은 최대 50%로 유지했다.

삼성전자의 방역 완화 움직임에 따라 주요 기업에서도 사내 방역 조치를 완화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포스코는 지난 1일 서울 지역에서 시행하던 일반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사무실 복귀’를 전면 선언했다.

그러나, 근무형태의 원상복귀를 달갑지 않게 받아들이는 시선도 있다. ‘비대면’ ‘재택’이 익숙한 직원들이 전면적인 사무실 출근을 ‘복지 퇴행’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사원들이 출퇴근 전쟁, 경직된 사무실 문화에 거부감을 드러낼 가능성도 높다. 재계 관계자는 “어디서나 근무만 잘하면 된다는 인식이 퍼진 상황이라 사무실 출근을 불필요한 행위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근무형태의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고 전했다.

일부 기업은 ‘하이브리드’(혼합식)를 선택한다. SK텔레콤은 서울 신도림, 경기도 일산·분당에 거점형 업무공간을 만들어 운영을 시작했다. 사무실 출근 대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공간에서 일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IT 업계에서는 원격근무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협업 툴, 메타버스 오피스 등의 시스템을 갖추고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아도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중이다. 인공지능(AI) 업체인 업스테이지는 ‘풀 리모트’(전면 비대면 근무)를 도입해 해외에서도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업스테이지 관계자는 “출퇴근에 들어가는 시간이나 주거비를 줄이자는 취지로 전면적 원격근무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IT 업계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네이버는 유보적이다. 최근 본사 직원 4795명을 설문했더니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오가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선택한 직원이 52.2%로 가장 많았다. 주 5일 재택근무(41.7%)도 선호도가 높았다. 네이버는 제2 사옥을 지어 근무환경 개선에 나섰는데, ‘출근 거부감’이 커지는 걸 경계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일단 오는 6월까지 ‘전면 재택근무’하라는 내부지침을 내렸다. 네이버 관계자는 “향후 코로나 상황 및 내부 직원들의 의사를 추가로 살펴본 뒤에 다음 달 안에 근무방식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