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은퇴 이후 삶 대비를”… 재정 컨설팅 나선 교회

입력 2022-04-12 03:02

평생 해외에서 사역하다 은퇴하면서 한국에 온 선교사들은 당장 생활고부터 고민한다. 젊은 선교사들은 은퇴 후 불안정한 삶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한국교회가 선교사들의 은퇴 이후 삶을 위해 재정 컨설팅에 나섰다.

한국교단선교실무자대표회의(한교선)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총회에서 분당중앙교회 최종천 목사를 초청해 선교사들의 연금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사진)을 가졌다.

분당중앙교회는 최근 해외 파송 45세 이하 선교사 500가정의 연금 지원을 시작했다. 교회가 선교사를 대신해 연금펀드에 매달 10만원씩 20년간 연금을 납부하고 10년간 거치하는 방식이다. 선교사는 30년이 됐을 때부터 30년간 매월 생활비로 충분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날 회의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과 예장합동,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한국침례회와 예장합신, 기성 등 주요 교단 선교부 책임자와 회계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최 목사는 “선교사님들을 사랑한다고 기도만 해주는 데서 나아가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 선교사 연금 지원도 그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최 목사는 이날 매월 일정 금액의 연금을 납부해 복리 효과를 적용하면 30년 뒤 수령할 금액을 추정할 수 있는 계산법까지 알려줬다.

교단들도 분당중앙교회 사례를 통해 기존 교단 선교부가 진행하던 선교사 연금제도의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 예장합동 총회세계선교회(GMS)는 분당중앙교회처럼 연금펀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예장통합 선교부도 변경을 검토 중이다. 펀드 형태의 연금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예장합신 관계자는 “내부 논의에서 펀드는 원금 손실의 위험과 변동성이 있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선교단체 월드피플은 사실상 무일푼으로 은퇴한 선교사들이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되도록 도울 계획이다. 월드피플은 생명의빛예수마을교회 하룡 목사가 세웠다. 하 목사는 선교사들이 은퇴 후 대부분 기초생활수급 대상자가 된다는 걸 알게 됐다. 이후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되면 정부 제공 영구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고 생활비 지원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내하고 있다. 하 목사는 “우리나라 복지정책은 잘돼 있는데 각자 알아서 신청해야 하는 ‘신청주의’다. 은퇴 선교사들은 어떤 복지정책이 있는지 모르고 자신이 그 대상인지도 알지 못한다”며 “조만간 월드피플이 예장합신 노회에 등록되면 상담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