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 겪은 익산 장점마을 치유·회복 공간으로 거듭난다

입력 2022-04-12 04:05
지난 1일 문을 연 익산 장점마을 주민복지센터. 익산시 제공

집단 암 발병의 큰 아픔을 겪은 전북 익산 장점마을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치유와 회복의 공간으로 새로 태어난다. 하지만 당초 발암물질 발생 원인이 된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을 비료공장에 제공했던 KT&G 측은 정작 이에 대한 책임을 외면해 주민들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익산시는 2024년까지 65억원을 들여 장점마을 인근 폐비료공장(옛 금강농산) 부지 일원에 생태축 복원사업을 추진한다. 인위적으로 훼손된 생태계를 복원해 생물 서식지를 확대하고 문화서비스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시는 공장 부지에 주민 치유회복실과 환경교육 프로그램 등을 위한 건물을 짓고, 역사의 교훈장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민 의견을 들어 옛 공장 건물 일부를 보존키로 했다. 공장 뒤편에는 치유의 숲과 함라산 등산로를 연계한 생태탐방로와 야생동물 이동통로 등을 조성할 방침이다.

익산시는 전북도와 함께 160억원을 마련해 이 마을 정주여건 개선과 보건의료 체계 강화를 위한 14개 종합대책 사업을 추진 중이다. 주민복지센터를 최근 완공한데 이어 보건진료소를 짓고 있다. 또 가구별 액화천연가스(LPG) 설치, 태양광 보급 등에 나서고 ‘장점마을 백서’도 제작했다. 김성도 익산시 환경안전국장은 “다시는 환경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민들과 소통하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치유·회복공간으로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장점마을에서는 2001년 비료공장이 들어선 뒤 2017년까지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려 14명이 숨졌다. 이후 사망자와 투병자가 더 늘어 최근까지 18명이 사망하고 23명이 투병 중이다.

환경부는 2019년 비료공장의 연초박 건조 과정에서 발생한 발암물질이 발병 원인이었다고 2019년 발표했다.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는 익산시와 전북도에 157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지자체가 법원 화해권고 결정을 받아들여 146명에게 42억원의 위로금를 지급했다. 비료회사 대표는 비료관리법 위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KT&G는 이에 대한 사과와 책임 요구를 외면해 주민들의 비판 목소리가 여전히 거세다. KT&G는 이 비료공장에 2008∼2015년 사이 연초박 2420t을 제공했다.

주민대책위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장점마을 환경참사 피해 배상 및 보상안 의결을 촉구했다. 최재철 위원장은 “KT&G는 연초박을 공급해 한 마을이 초토화 됐는데도 그동안 한마디 사과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익산=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