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차량과 행복한 동행… MZ세대에 부는 올드카 열풍

입력 2022-04-12 04:02

광주에 사는 오형상(26)씨는 1990년식 대우 르망(사진)을 몬다. 차가 주인보다 6살 많다. 2020년 2월 블로그에 올라온 매물을 구입했다. 수동식 변속기어라 운전하기 불편하고, 음악을 듣기 위해 시거잭에 블루투스 리시버를 꽂는다. 주행하다보면 차가 과열돼 엔진음 등이 불안정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오씨의 애정은 남다르다. 타고 내릴 때마다 주변 시선도 느껴진다. 그는 “아버지뻘 되는 분들이 ‘이거 젊었을 때 내가 첫차로 몰았었는데…’라며 관심을 보이는 일이 많다”고 11일 말했다.

‘올드카’가 열풍이다. 올드카 거래를 하는 네이버 카페에 지난달 1~31일 올라온 매물은 230건을 넘는다. 가격은 100만원부터 1억원까지 다양하다. 자동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이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생산된 차량 매물을 분석해 보니, 단종차량을 향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드카가 지닌 향수와 감성, 희소가치로 마니아층이 형성된 데다 중고거래 열풍을 일면서 올드카를 찾는 소비자가 증가했다’는 게 엔카닷컴의 분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동호회나 온라인 카페 등에서 개인적으로 거래하는 매물까지 고려하면 올드카 시장은 보기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11월 그랜저 탄생 35주년을 기념해 ‘각 그랜저’로 불리는 1세대 모델을 전기차로 복원했다. 경기도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 전시했는데,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에서 화제를 끌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4월에도 1975년 출시한 포니 3도어 기반의 포니 EV 콘셉트카를 제작했었다.

올드카 가운데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산 차종은 뭘까. 현대차의 갤로퍼가 주인공이다. 엔카닷컴이 지난해 5월에 ‘전설의 명차 중 다시 부활했으면 하는 모델’이라는 설문조사한 결과, 갤로퍼가 23%로 1위를 차지했다. 갤로퍼는 상대적으로 부품 수급이 쉬운 편이라서 중고차를 복원하는 ‘리스토어’ 시장에서 인기 차종이기도 하다. 이어 쌍용차 무쏘(22%), 현대차 포니(20%), 쌍용차 체어맨(12%), 기아 오피러스(9%), 기아 프라이드(7%), 대우 프린스(6%) 등이었다.

그러나 올드카를 몰고 다는 데에는 어려움도 많다. 일단 순정부품을 구하기 힘들다. 올드카 관련 카페에 수소문하거나 부품을 찾아 전국 각지를 돌기도 한다. 현대차·기아 차종은 일본에서 부품을 구입하기도 하고, 해외차는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에 부품 고유번호를 검색해 구하는 사례도 있다. 조준형(34·가명)씨는 “부품을 찾기 위해 폐차장을 뒤지는 건 다반사고, 동호회에서 폐차 소식이 올라오면 부품을 나누기도 한다”고 전했다.

정기적으로 돌아오는 자동차 종합검사는 큰 걸림돌이다. 차가 낡았다 보니 배기가스 허용 기준을 초과하거나 다른 기준을 만족하지 못해 부적합 판정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오씨는 “배출가스 5등급 노후 차량은 서울에서 운행이 금지된다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불안하다”고 말했다. 엔카닷컴 관계자는 “연식에 비해 관리가 잘 되는 차량이나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입 올드카 모델은 시간이 흐를수록 프리미엄이 붙어 가치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 연식이 오래된 중고차를 구매할 때에는 차량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하고, 추후 정비나 튜닝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