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소득주도성장의 폐해를 보여준 대표적 정책이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었다고 지적을 하지만 노조는 임기 동안 공약했던 시간당 1만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고 문재인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반면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일자리가 더 줄어들었다고 반박한다. 더구나 10조원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해주면서까지 최저임금을 올린 것은 노동시장에 너무 광범위하게 정부가 개입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전 박근혜정부에서는 7% 안팎으로 해마다 편차가 적은 최저임금 결정이 이뤄진 반면 문재인정부는 집권하자마자 16.4% 인상을 단행하고 그다음 해에도 10.9%로 연속적인 대폭 인상을 했다. 이미 박근혜정부 후반기에 최저임금은 노동시장 임금의 중간값인 중위임금 50% 수준에 도달해서 안정적인 인상률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연이은 대폭 인상으로 문재인정부에서는 중위임금 60% 선을 넘어 독일 일본 미국 등의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 됐다.
이렇게 첫 두 해에 대폭 올린 최저임금으로 문제가 커지자 다시 그다음에는 대폭 하향된 2.9%, 1.5% 인상으로 연속적인 반대 보상을 해줬다. 이렇다 보니 최저임금 결정은 대폭 인상과 소폭 인상 간의 큰 격차 가운데서 차분한 심의가 아닌 다툼이 본질인 상황이 됐다.
최저임금은 시장임금 결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제도다. 국가 행위이니 강제력이 동반되지만 시장이 따라와 줘야 한다. 명령만으로 시장은 작동되지 않고 최소한의 합리적 결정 과정을 보장해야 한다. 현재 최저임금이 노동시장에서 제대로 수용되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는 대략 16%에 달하는 최저임금 미만율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300만명이 넘는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은 5% 이하의 최저임금 미만율이 다수라는 점을 보면 우리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임금 수준이나 업종별 차등 여부가 어떻게 나오든 내년 한 해에만 적용되는 임시방편적 처리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운영과 예측 가능한 임금 수준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시장 주체 간 끊임없는 갈등을 조장하는 요인들은 분명히 개선돼야 하고, 몇 십년 동안 변화된 경제 환경을 반영하고 합리성을 제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요한 제도 개선 방향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최저임금 수준이 절대적으로 높아진 이상 이제는 노사정 간 교섭에 의한 예상하기 힘든 들쭉날쭉 인상이 아니라 노사와 전문가 의견을 들어 심의하되 정부가 최종적으로 결정해서 안정적인 우상향 인상 구조로 가야 한다.
둘째, 최저임금 결정은 경제성장률, 물가인상률, 노동생산성과 같은 직접적 요인과 함께 최저임금을 못 지키는 미만율도 같이 고려돼야 한다. 높은 미만율을 보면 노동시장은 이중구조가 아닌 삼중구조라 할 수 있다. 최저임금이 상관없는 1차, 최저임금을 수혜받는 2차,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3차 노동시장이 있다. 이런 노동시장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뒤 지역이나 업종별 차등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
셋째, 정부가 중기재정계획을 세우듯 최저임금도 한 정부의 4년 내지 5년 임기 동안 예측 가능한 계획을 수립하고 필요하면 국회와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이 중기계획에서 과거 소득분배 개선에 활용되던 최저임금이 짊어진 무게를 덜어주고 빈곤층을 줄이기 위한 근로장려세제(EITC)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같이 고려돼야 한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