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씨는 지난달 코로나19에 확진된 후 회사로부터 “국가가 지급하는 생활지원비를 (회사로) 내라”는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회사에서 유급휴가를 주지 않아 격리기간을 연차로 처리한 A씨가 반발하자 회사는 “다른 직원들이 고생해 회식비 등으로 사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10일 이 같은 피해 내용을 공개하며 “코로나로 인한 실직·소득감소 등의 피해가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저임금 노동자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2000명(확진 경험자 430명 포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도 발표했다.
조사 결과 코로나로 인한 실직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비정규직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비정규직 코로나 실직 응답은 31.4%로 정규직(7.7%)보다 4.1배 많았다. 특히 소득이 낮을수록 고용 불안은 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직을 경험한 월 150만원 미만 저임금 노동자(31.4%)는 월 500만원 이상 고임금 노동자(5.7%)의 5.5배에 달했다. 이 기간 소득이 줄었다는 답변도 정규직(16.8%)과 비정규직(57.0%) 간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확진 후 격리기간의 근무처리 방식도 고용 형태에 따라 달랐다. 비정규직은 42.1%가 ‘무급휴가·휴직을 했다’고 답했지만 정규직은 16.2%에 그쳤다. 특히 저임금 노동자(60.0%)의 무급휴가 사용 비율은 고임금 노동자(3.3%)의 18배로 크게 높았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는 “노동자의 건강권뿐만 아니라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유급병가제도를 노동법에 도입하고, 현실화한 상병수당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