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비싸! 배달비 못내, 앱 삭제닷’ 소비자 뿔났다

입력 2022-04-11 00:02
사진=권현구 기자

온 가족이 코로나19 재택치료를 받고 있는 최모(45)씨는 얼마 전에 스마트폰에서 배달앱을 지웠다. 한 주 사이 배달비가 2000~3000원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최씨는 “확진 초기에 배달을 자주 시켰더니 사흘 동안 배달팁만 1만5000원을 썼다. 2인분 메뉴 하나 값을 배달비로 쓰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돈을 이렇게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10일 말했다.

배달비 인상이 소상공인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배달 시장 포화에 따른 배달 라이더 부족 현상,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인상 등으로 최근 배달비는 급상승하고 있다. 거리가 멀거나 바쁜 시간대에는 기본 배달팁으로 4000원 이상을 부과하는 사례도 늘었다. 프라임 타임에는 배달팁이 1만원에 육박하기도 한다.

물가 상승세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배달팁이 올랐을 뿐 아니라, 배달료 인상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는 곳이 늘면서 소비자 불만은 폭증하고 있다.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상황이다. 지난 2년간 배달앱 VIP였다는 직장인 강모(32)씨는 “매장에서 주문하는 것과 가격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가격 차이가 5000원씩 나는 곳도 있다”며 “가격에 이미 배달료를 반영해놓고 손님이 내는 배달팁도 인상하는 건 배달비 인상분을 전부 소비자 몫으로 돌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강씨도 배달앱을 지웠다.

배민1이나 쿠팡이츠처럼 ‘단건배달’을 주문하는 경우 메뉴 가격을 올려 받는 곳도 있다. 경기 성남에 사는 김지윤(39)씨는 “갑작스럽게 손님을 맞게 돼서 빠른 배달이 필요해 단건 주문을 했더니, 최종 결제액에 1만원이 더 붙었다. 어쩔 수 없어 주문했지만 눈 뜨고 코 베이는 게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배민과 쿠팡이츠가 단건배달 수수료를 올리자 아예 단건배달 주문을 받지 않는 업체도 생겨난다.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울 수도, 배달료 때문에 적자를 볼 수도 없어서다. 서울 송파구에서 디저트 전문점을 운영하는 차모(44)씨는 “다음 달부터 쿠팡이츠를 해지하고 배민1 주문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가까운 곳은 직접 배달하는 식으로 바꿔가고 있다”고 했다.

따뜻해지는 날씨, 배달비 인상, 포스트 코로나 시대 도래로 배달앱 시장이 다소 위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모(50)씨는 “하루 배달 주문이 평균 150건 됐는데, 이달 들어 100건 안팎으로 줄었다”며 “매장으로 직접 오는 손님이 늘고 배달은 줄어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배민1의 바뀐 요금제가 수수료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요금 프로모션을 종료하고 ‘주문중개수수료 6.8%, 배달비 6000원’의 새 요금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1만원 주문이 들어가면 680원이 배민의 수수료 수입의 전부”라며 “배달비 6000원은 배달 수행에 들어가는 경비”라고 설명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