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혁신보다 안정 택한 새 정부의 조각 인선 아쉽다

입력 2022-04-11 04:0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8개 부처 장관 후보자 1차 조각 명단을 발표했다. 당선인의 정책 스타일을 잘 꿰뚫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멤버들이 많은 것으로 볼 때 파격보다는 국정운영에 혁신보다 안정을 꾀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특히 당선인이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 인선 배경으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의회 소통을 꼽은 점은 거대 야당이 장악한 의회권력을 존중하고 협치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이해된다. 추 후보자는 33년을 경제정책 부처 요직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데다 2016년 국회에 진출해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원내 사정에 밝고 협상에도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수위 기획위원장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국토교통부 장관에 깜짝 발탁한 것은 그의 행정 경험과 추진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 5년 동안의 부동산 정책 과오를 수습하고 시장 안정을 꾀하려는 당선인의 의중을 잘 파악해 실행할 적임자로 여겼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는 각각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와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을 선택했다. 이는 우리 주력 산업이면서도 중국 등에 추격당할 위기에 처한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공고히 하고 4차 산업 등 미래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이끌기 위한 인선으로 이해된다.

다만 윤 당선인이 할당이나 안배 없이 유능한 사람을 지명했다고 설명했지만 국민통합을 위한 지역·세대·성별 안배가 부족한 것은 아쉽다. 더불어민주당은 논공행상, 나눠먹기식 인선이라며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혀 향후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또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대내외 복합위기는 새 경제팀에 막중한 부담거리다. 이런 상황에서 윤 당선인의 공약들이 현실과 맞지 않아 엇박자를 낼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올라서자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면서 코로나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위한 5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하는 것은 브레이크와 가속기를 동시에 밟는 격이 될 수 있다. 대출 규제와 부동산 세제를 완화하면서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발상도 한국은행의 긴축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 한·미동맹 강화 시 남북관계는 물론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열강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는 것도 새 정부의 과제다. 무엇보다 당선인의 공약을 대내외 상황에 맞게 조정하면서 조화와 균형을 찾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