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뒷담] 매도한 분당 집 급등… 자존심 구긴 투자 전문가

입력 2022-04-11 04:07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행원 사이에서 투자 전문가로 통한다. 재산이 40억원을 넘는 자산가인 데다가 테슬라·알리바바·텐센트 등 ‘핫’한 해외주식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거래 내역이 알려지면서 “투자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돈다.

윤 행장은 2020년 11월 서울 중구의 남산트라팰리스주상복합 149㎡(45평형)를 샀다. 은행장이 되고 10개월 뒤였다. 이후 오래 거주했던 경기 성남 분당구 푸른마을벽산아파트 131㎡(46평형)를 팔았다. 남산트라팰리스에 세입자가 살고 있어 지금은 서울 마포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문재인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고 국책은행인 IBK 수장으로 임명된 그의 푸른마을벽산 매도는 피치 못한 선택으로 보인다. “다주택 공직자는 없다”는 정부 방침을 충실히 따른 것이다. 윤 행장은 1983년 제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기획재정부에서 오랜 기간 공직 생활을 했다.

하지만 14억8500만원에 팔았던 푸른마을벽산 131㎡의 호가는 현재 최고 19억원에 이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분당 등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공약 덕분에 집값이 최근 급등했다. 푸른마을벽산은 특수목적고 진학률이 높은 수내중을 단지 안에 품고 있어 분당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새 아파트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집값 상승세가 이어진다는 것이 부동산업계 평가다. 반면 남산트라팰리스는 서울역과 가깝지만 주상복합이라는 한계 탓에 큰 폭의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 IBK 관계자는 “분당에 오래 거주한 윤 행장은 출퇴근 시간을 줄여보고자 남산으로 이사하기로 한 것”이라면서 “남산 집에 사는 전세 세입자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바로 입주할 예정이다. 투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