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낙동강 오리알’ 된 민주당 파견 전문위원

입력 2022-04-11 04:08

새 정부 출범을 한 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파견된 공무원 출신 전문위원들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각 경제 부처에서 ‘에이스’ 평가를 듣던 이들은 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면 차기 정부에서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었겠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실직 위기에 처했다.

10일 국회 등에 따르면 현재 민주당에 있는 공무원 출신 전문위원은 10명 안팎이다. 보통 국장급인 전문위원들은 여당에만 파견돼 당정 간 정책 조율 업무 등을 한다. 공무원직을 사직한 뒤 입당 절차를 거쳐 당료로 취업하는 식으로 가다 보니 당비를 내야 하고 월급도 정당에서 받는다. 월급은 공무원 때의 절반 수준으로 줄고 정년 보장이란 공무원 최대 특권을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때를 잘 타면 정부 고위직으로 ‘금의환향’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대표 사례가 민주당 전문위원 이력이 있는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이다. 기재부 대외경제국장 출신인 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국장)이었던 이상율 조세심판원장도 문재인정부에서 민주당 전문위원을 거쳐 금의환향했다.

현재 민주당에 파견된 전문위원들도 이들 못지않게 ‘잘 나가던’ 경제 관료들이다. 기재부 출신으로는 조세정책과장 등을 역임한 김종옥 국장(행정고시 38회),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최규종 국장(행시 37회), 국토교통부에서는 토지정책관을 역임한 권대철 국장(행시 35회) 등이 각각 포진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이들이 다시 행정부로 돌아가기 어렵게 됐다는 게 중론이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가뜩이나 국장급 자리 정원이 꽉 찬 상태에서 ‘야당 출신’이란 낙인이 찍힌 간부를 중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각 부처에서는 다음 달 10일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여당이 되는 국민의힘에 보낼 전문위원 인선을 검토하고 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