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연봉 인상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다른 업체들이 잇달아 연봉을 크게 올리면서 업계 최고에 걸맞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하지만 고정비용 증가에 따른 투자여력 우려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측과 근로자 대표로 구성된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올해 임금인상률에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측은 역대 최고 수준인 기본인상률 15.7%를 제시했고, 사측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평균 7.5% 인상에 합의했었다. 삼성전자는 통상 2~3월에 임금인상률을 확정해왔다. 4월까지 밀리기는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대우를 지향해왔다. 업무 강도는 높지만, 확실한 보상이 있다는 걸 원칙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최근 ‘네카쿠라배(네이버·카카오·쿠팡·라인·배달의민족)’로 대표되는 IT기업들이 고연봉을 앞세워 인재를 모으면서 잡음이 나온다.
올해도 다른 업체에서 연봉을 큰 폭으로 올리고 있다. LG그룹의 경우 LG전자가 평균 임금인상률을 8.2%로 확정했다. 신입사원은 4900만원을 받는다. LG전자는 지난해에도 9% 평균 인상률을 기록했었다. LG이노텍도 역대 최대 수준인 평균 10%의 임금인상을 결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달에 평균 10% 수준의 임금인상률을 정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 초임을 5040만원으로 올려 삼성전자(약 4800만원)를 추월했다. 반도체 기업 DB하이텍은 올해 신입사원 초임을 14.3% 올려 삼성전자와 동급으로 맞췄다. 남궁훈 카카오 신임대표는 취임하면서 올해 연봉 협상 재원을 지난해보다 15%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노사는 올해 임직원 연봉 예산을 지난해 대비 10% 인상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마냥 미룰 수 없다. 삼성전자의 임금 인상률은 삼성SDI, 삼성전기 등의 다른 계열사에 기준치로 쓰인다. 그룹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일단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 인건비 부담이 한꺼번에 증가하는 건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국내 사업장 임직원 수는 11만2868명(1인당 평균 급여 1억4400만원)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지출한 인건비는 약 15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8.4% 증가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