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 앞 결막에 림프종 있을 경우 3주 방사선 치료 성공률 80∼90%
몸의 보배라는 눈에도 암이 생긴다. 흔히 안종양이라고 하면 안구 자체에 생기는 암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눈꺼풀, 안구를 둘러싼 움푹한 공간인 안와 연부조직(근육·지방 등)에 생긴 종양을 모두 포함한다. 어느 조직에서 생겼는지에 따라 암의 예후나 치료 방향이 달라진다. 이 중 안와 연부조직에 생기는 림프종은 안과 영역에선 가장 흔하지만 유병률(인구 10만명 당 0.06명) 자체가 워낙 낮아 일반인의 관심이 적다. 그렇다하더라도 환자 수는 증가 추세다. 2000년 12명이었던 국내 신규 안와 림프종 환자는 2016년 69명, 2019년엔 88명이 보고됐다.
국립암센터 안과 정수경 전문의는 11일 “병원 문턱이 낮아진 덕분으로 보인다”며 “진단기법이 세분화돼 발견이 늘었고 60대 이상 고령층 환자 위주인 서구에 비해 국내는 상대적으로 젊은 40·50대 환자가 많아 눈에 이상을 느끼면 곧장 병원을 찾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년 전 안와 림프종을 진단받은 A씨(47)도 오른쪽 눈에 이물감과 충혈이 한 달 이상 지속돼 병원을 찾았다. 안과에서 눈 안에 뭔가 있다며 조직검사를 했고 ‘결막말트림프종’으로 진단돼 큰 병원에 치료 의뢰됐다. 추가검사 결과 양쪽 눈에 다 림프종이 확인됐고, 그나마 다행히도 전이 없는 1기였다. A씨는 “암 관련 정보를 거의 찾을 수 없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했다.
림프종은 체내 면역세포인 림프구(B·T세포)가 암으로 자란 것인데, 가장 흔한 것이 ‘점막 연관 변연부 B세포 림프종’이다. 눈에선 결막 같은 조직에 많이 생긴다. 역학보고에 의하면 1999~2016년 국내 안와 림프종의 82.2%가 이 유형에 해당됐다. 결막 림프종의 경우 C형간염 바이러스, 클라미디아나 헬리코박터균 같은 세균 노출에 의한 만성 감염이 원인이라는 연구보고가 있다.
안와 림프종의 특징적 징후는 염증성 부종, 서서히 진행되는 안구 돌출, 만져지는 종괴(덩어리)다. 눈이 이유없이 붓거나 한쪽 눈이 튀어나와 보일 수 있다. 림프종은 양쪽 눈에 다 발생할 수 있으나 대부분은 한쪽에만 생긴다. 정 전문의는 “일반적으로 눈이 부으면 하루 이틀 지나 가라앉는데, 림프종의 경우 1주일 이상 부기가 지속되고 좋아지지 않는다. 또 안와에 암이 생겨 커지면 안구를 압박해 밀어낼 수 있다”면서 “한쪽 눈이 튀어나와 ‘짝짝이 눈’이 될 경우 안와 림프종을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고 했다. 암으로 인한 시력 저하는 거의 없어 병원에 늦게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결막 림프종은 만성 알레르기성 결막염으로 오인해 장기간 방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에는 알레르기처럼 보이다가 점차 연어살색을 띤 종양으로 진행한다. 이는 대개 눈의 안쪽 구석에서 발생하므로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약물 치료 등으로도 잘 낫지 않는 알레르기 결막염이 오래 간다면 림프종으로 가는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고 조직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안와 림프종이 의심될 땐 수술을 통한 조직검사로 확진한다. 주변부 침범 범위를 알기 위해 안와CT나 MRI를 찍고 혈액 및 골수 검사, 복부CT, 흉부X선 등을 통해 전신 전이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림프종이 눈에만 국한된 경우 방사선 치료가 선호되는데, 안구 건조증이나 백내장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게 흠이다. 특히 결막 림프종은 방사선이 불필요하게 몸 깊은 곳까지 조사되는 것을 막기 위해 피부에 주로 흡수되는 ‘전자선(방사선의 일종)’이 사용된다. 수정체 보호를 위해 미리 차폐 장치를 안구에 씌우고 치료에 들어간다.
서양권 국립암센터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는 “안구 전방의 결막에 림프종이 있을 경우 수정체 차폐 장치를 장착하고 치료하며 뇌와 연결된 시신경이 있는 안구 후방에 암이 있을 땐 차폐가 힘들어 정밀한 타격이 가능한 양성자 치료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2~3주 방사선 치료의 성공률은 80~90%로 높은 편이다. 앞서 A씨도 2주 반에 걸쳐 총 12번의 방사선 치료를 받고서 일상에 복귀했으며 2년이 지난 현재 재발 없이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1차 방사선 치료에 반응이 적거나 재발이 의심되는 경우, 또 암이 진행된 경우엔 ‘리툭시맙’이란 면역 항암제 단독 치료 혹은 일반 항암제와 병용 치료를 시도한다. 안와 림프종은 치료 후 예후가 좋은 편이다. 국내 5년 생존율은 90.8%, 10년 생존율도 83.8%에 달한다.
안와 림프종에 대한 국내 임상연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근래 암 치료 후 부작용을 최소화해 삶의 질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 치료 전략이 제시됐다.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림프종센터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내용이다.
즉,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의 효과는 비슷하나 방사선 치료가 삶의 질을 낮추는 안구 관련 합병증이나 수술이 필요한 백내장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젊은 연령층에서는 병기가 낮더라도 항암 치료를, 중장년층에선 항암 치료보다 방사선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정 정문의는 “안와 림프종은 워낙 예후가 좋아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면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 없이 생활할 수 있다”면서 “눈이 이유없이 붓거나 뭔가 만져진다면 미리 겁먹지 말고 전문 치료 병원을 찾아 빠른 진료를 받길 바란다”고 권고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