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시진핑 외교, 시험대 오르다

입력 2022-04-11 04:03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국제사회에서 우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가 가치, 첨단기술, 글로벌 공급망 등 다양한 수단과 방식을 동원하면서 중국 압박을 향한 국제사회 연대를 주도해가자 중국도 일대일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우군 확대를 위해 전방위 외교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육상과 해상에 걸쳐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와 인접하고 있다. 중국이 전통적으로 선린외교를 주창하며 주변 외교를 중요시해온 지리적 배경이다. 하지만 정작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주요 동맹국과 우방국들에 둘러싸여 안보 불안에 직면해 있고 확실한 우군을 확보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나마 몇 안 되는 중국의 주요 우군들마저 최근에 연이어 사고(?)를 치면서 시진핑 정부는 내우(內憂)에 외환(外患)이 겹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작년에 중국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미얀마와 아프간 사태로 당혹스러운 상황을 경험했다. 올해는 러시아와 북한이 잇달아 시진핑 외교를 시험대에 세우고 있다. 미국과의 경쟁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국면에서 러시아와 북한은 중국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우군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중국은 전략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주권과 영토 존중이라는 중국 외교의 핵심 원칙을 훼손할 수는 없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장기화될 경우 중국은 원론적이고 모호한 입장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 와중에 북한은 마치 기다리기도 한 듯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면서 중국의 안보 딜레마를 가중시키고 있다. 북한의 도발은 중국이 가장 경계하는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북한이 이를 이용해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에도 중국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중국은 우군도 절실하지만 러시아와 북한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국가 이미지가 더 나빠지고 고립이 심화되고 미국과의 대립이 악화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시진핑 정부의 더 큰 고민은 국내 문제에 있다. 중국 권력자들은 전통적으로 내우외환에 대한 특유의 위기 의식을 지니고 있다. 내우에 외환이 동반되면 권력 기반이 잠식되고 체제 위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역사의 교훈을 깊이 새기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사실상 올 하반기에 예정된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을 관철하고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한 최고위의 권력 개편을 순조롭게 단행해야 한다. 3월에 개최된 양회(兩會)의 키워드도 ‘안정 최우선’이었다. 그만큼 시진핑 정부가 당 대회에 전력 투구하고 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상하이 등 대도시의 감염병 확산도 시진핑 주석의 안정적 연임에 장애가 될 돌발 변수이다. 내정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주변 정세를 안정시키고 미국 공세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외적 도전이 내정에 어려움을 초래할 경우 시진핑 정부 역시 체제의 경직성으로 인해 비합리적 선택으로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진핑 정부에 한국 신정부의 등장은 새로운 외교적 과제이자 도전이다. 시진핑 정부는 미국과의 동맹 재건에 역점을 두고 있는 한국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압박의 국제 연대에 어느 범위까지 참여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은 현실적으로 우군 확보가 어렵다면 미국의 세력 확장을 최소화하는 차선을 선택해야 하는 고민에 직면해 있다. 시진핑 정부와 신정부 모두 수교 30년에 즈음한 한·중 관계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음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양국 정부는 사드 사태의 교훈을 성찰하면서 최소한 막다른 선택에 몰리지 않도록 신중하고 유연한 전략적 사고를 기반으로 적극적 소통을 진행해야 한다.

이동률(동덕여대 교수·중국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