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검수완박 강행하면 역풍 맞을 것

입력 2022-04-09 04:01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7일 단행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사·보임은 정국에 큰 파란을 불러올 우려스러운 결정이다. 기존 법사위원이던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기획재정위원이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상임위를 맞바꿨는데 민주당이 강행 처리할 움직임을 보이는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다리를 놓아준 셈이 됐다.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의힘 반대에도 사·보임을 결재한 박 의장도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사·보임은 국회 안건조정위원회의 취지를 무력화하려는 꼼수다. 상임위에서 여야가 법안 처리에 이견이 있을 경우 거치는 안건조정위는 여야 동수로 구성하고 비교섭단체 위원이 있으면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민주당 출신인 양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 뻔하다. 사·보임 강행은 검찰개혁법 강행 처리를 염두에 둔 정지작업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검수완박은 우리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것이다. 설령 추진하더라도 관련 기관 의견 수렴, 여야 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 속에 이뤄져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런 과정을 생략한 채 현 정부 임기 내에 관련 법 처리를 강행할 태세다. 정권 교체 후 현 정부와 이재명 전 대선 후보 등 민주당 측 인사들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일방적인 주장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다가는 국민의힘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정국이 급랭될 게 뻔하다. 민주당이 절대 과반 의석으로 검수완박을 강행 처리하는 것은 의회 권력의 남용이다. 민주당은 오는 12일 의원총회를 열어 검찰개혁 법안 처리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무리한 결정을 하지 말기 바란다. 검찰 개혁이란 미명을 앞세운 검찰 길들이기 시도가 부메랑이 돼 정권 심판론을 부르고 5년 만의 정권 교체 빌미가 됐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둔 시기에 극심한 혼란을 부를 정략적 법안 처리를 밀어붙였다가는 여론의 역풍을 맞아 의회 권력까지 위태로워질 것이다.

검찰은 8일 검수완박 입법에 대해 반대하는 공식 입장문을 내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심정은 이해하나 집단적이고 공개적인 반발은 자제하는 게 좋겠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필요하면 공식 절차를 밟아 의견을 제시해도 될 텐데 집단행동으로 여론몰이에 나서는 것은 검찰의 오만함을 확인시켜 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