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설치를 주문했던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이 결국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회에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 근거를 담은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거래 위축 등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이 크다고 보고 부동산 감독기구를 신설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인수위 관계자는 7일 “새 정부에서는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은 문 대통령이 2020년 8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처음 언급하면서 추진돼 왔던 사안이다. 허위 청약이나 부동산 시세 부양, 편법 증여 등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를 잡아내기 위해 금융감독원 같은 별도 기구를 만든다는 구상이었다. 현재도 국토교통부 산하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이 이런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인력과 권한에서 제한이 있다 보니 조사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한계가 있어 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 근거를 담은 법을 제정하는 등 관련 작업에 속도를 내왔다. 문 대통령이 처음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 검토를 언급한 지 석 달 만에 진성준 의원이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고, 제정안이 공청회 등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공청회 개최 필요가 없는 개정안(부동산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다시 발의해서 지난해 9월 국회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하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대선 정국에서 이재명 전 민주당 후보가 수사권을 갖춘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을 공약하면서 관련 논의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부동산 감독기구가 부동산 거래자의 과세정보나 금융정보 등을 법원 영장 없이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빅브러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기구를 설치한 사례가 없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인수위는 최근 이 전 후보를 비롯한 다른 당 대선 후보의 공약도 필요하면 국정과제에 녹여내겠다고 밝혔다. 다만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에 대해서는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등을 고려해 도입하지 않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 내) 조직을 만들어 모든 부동산 거래를 다 들여다보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정상적인 거래 또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부동산 감독기구 신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향하는 ‘작은 정부’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부동산 감독기구 설치는 투기 때문에 집값이 올랐다고 보는 시각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발상”이라며 “부동산 정책 정상화 차원에서 당연히 도입하지 않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