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9일 베일을 벗는다. 생동감 넘치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사람들의 각양각색 인생 이야기를 그리는 옴니버스 드라마다. 노희경 작가와 배우 이병헌 신민아 차승원 이정은 한지만 김우빈 엄정화 고두심 김혜자 등 ‘믿고 보는 작가와 배우’들의 만남만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노 작가는 7일 열린 ‘우리들의 블루스’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옴니버스 구성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10여년 전부터 옴니버스를 하고 싶었다. 남녀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지겨웠다”며 “우리 모두가 각자 삶의 주인공인데 드라마에선 두 사람만 따라가야 하는 게 불편했다”고 말했다.
제작발표회에선 정상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사연도 공개됐다. 당초 노 작가가 쓴 다른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우리들의 블루스’ 출연진이 캐스팅됐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해외 촬영이 어려워지면서 제작이 미뤄졌다. 배우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병헌이 노 작가에게 “다른 작품 써둔 것 없으시냐”고 물었고 고민하던 노 작가가 이번 드라마 대본을 새로 쓰면서 배우들을 그대로 캐스팅했다고 한다.
동석 역을 맡은 이병헌은 “작가님 작품을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고 이 훌륭한 배우들이 다 같이 모인다는 건 쉽지 않다”며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부터 만족스러웠다”고 돌이켰다. 이어 “상처를 안고 사는 인물들을 보여주는 드라마인데, 살아간다는 게 그런 상처를 잊으려 하고 이겨내려 하는 일의 반복 아닌가 생각한다”며 “상처를 이겨내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하고 희망을 갖게 되는 드라마”라고 소개했다.
고향 제주로 발령받은 은행지점장 한수를 연기한 차승원은 출연을 결심한 동기를 묻자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이 배우들이 다 참여한다고 해서 처음엔 믿지 않았다”며 “노희경 드라마는 그냥 하는 게 최고로 좋다. 어떤 설정을 갖고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보석 같은 글이 연기를 아우른다”고 답했다.
제주도가 드라마의 주 배경인 만큼 80%가량은 제주도에서 촬영됐다. 노 작가가 제주도를 배경으로 고른 건 한국적인 정서가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몇 년간 제주에서 글을 쓰며 오일장, 해녀, 상인들을 취재했는데 그들의 애환에 공감했다고 한다.
드라마 제목에 블루스가 들어간 것은 흑인 서민 음악이기 때문이다. 노 작가는 “아픈 사람들이 아프지 않으려고 부른 노래라는 점이 좋았다. 음악은 아무리 슬퍼도 짧게 끝나는 대신 여운이 오래 간다”며 “애환이 어떻게 음악으로 표현되는지 신경을 많이 썼다. 상처가 있지만 희망을 더 많이 이야기하는 축제 같은 느낌이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연출을 맡은 김규태 감독은 “대본이 드라마적이면서도 영화적인, 묘한 경계가 있는 구성이다. 두 장르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과욕을 부리기보다 기본에 충실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인물의 마음에 집중하면서 살짝은 곁에서 지켜보도록,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천천히 스며들게 하자는 생각으로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