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물가’ 시즌2 우려에도… 쌍끌이 인상에 뾰족수 없는 정부

입력 2022-04-08 04:02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왼쪽) 경제부총리,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관계자 격려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찬장으로 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을 다음 정부에서도 계속 발전시켜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영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윤 당선인이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지만 물가를 눈에 띄게 끌어내릴 만한 뾰족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 우크라이나 전쟁, 원자재값 상승과 같은 대외 요인이라 물가안정 정책 효과에 한계가 있다. 물가를 잡지도 못한 채 ‘MB물가’라는 신조어만 만들어 낸 이명박정부 초기를 답습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지난달 물가가 10년여 만에 4% 넘게 오른 것은 석유류 가격 상승 영향이 컸다. 전년 대비 31.2%나 뛰어올랐다.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모두 ℓ당 2000원 안팎까지 상승한 상태다. 석유는 전량 수입하는 입장이다 보니 유류세를 깎는 정도 외엔 방법이 없다. 그나마도 정부는 지난 5일 국무회의를 통해 법정 최고 한도치인 30%까지 인하 폭을 늘리면서 유류세 인하 카드는 사라졌다.

제품 생산비를 끌어올리는 요인도 복합적이다. 밀 등 국제곡물가격도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큰 폭으로 올랐지만 대체재를 찾기가 힘들다. 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난달 외식물가는 1998년 4월(7.0%)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6.6%)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은 재료비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 말 품귀 현상을 겪은 요소수 사태 여파도 여전하다. 농가에서 쓰는 비료의 경우 요소수가 들어가다 보니 가격이 이전보다 배가량 뛰어올랐다.


현 물가 위기가 이명박정부 때보다 상황이 더 좋지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명박정부 당시 두 번의 위기가 있었다. 2008년 취임 초기 신선농산물 가격이 올라 소득에서 먹거리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엥겔계수’가 치솟으며 물가가 폭등했다. 2011년에는 이란 제재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물가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외식물가와 석유류 두 요소가 ‘쌍끌이’로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당시에도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초기 MB물가로 불렸던 52개 생활필수품을 선정해 관리했지만 물가는 떨어지지 않았다. 2008년 3월 물가 상승 폭(3.9%)은 시간이 흐를수록 되레 더 커졌다. 같은 해 7월에는 물가상승률은 5.9%까지 뛰었다. 그나마 “기름값이 묘하다”는 말과 함께 정부가 총력전을 펼쳤던 2011년에는 알뜰주유소 확대와 같은 정책이 일부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유류세 인하와 전기요금 동결 카드를 이미 써버린 현시점에서는 정부가 물가를 잡을 마땅한 방도가 없는 실정이다. 윤 당선인이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대책을 새 정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라”고 지시했지만 해법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7일 “언제 물가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기약은 없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권민지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