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배 주가 뻥튀겨 ‘먹튀’… 투기판 전락 쌍용차 인수전

입력 2022-04-08 00:03
쌍용자동차 입구. 뉴시스

쌍용차 인수전이 투기세력의 놀잇감으로 전락하고 있다. 인수를 선언한 기업마다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며 개인 투자자 손실이 커지는 모습이 반복된다. 일부 기업은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주식을 팔고 ‘먹튀’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금융당국이 경고에 나섰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7일 현재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 후보사는 에디슨모터스, 쌍방울그룹, KG그룹 3개사다. 이들은 지난해 에디슨모터스를 시작으로 쌍용차를 인수하겠다고 잇달아 선언했다. 시장은 인수 후보사 주식에 뜨겁게 반응했다. 에디슨모터스의 경우 자회사 에디슨EV 주가가 지난해 5월 1500원대에 불과했지만 이후 11월 12일 장중에는 8만2400원까지 55배 폭등했다. 이후 인수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오며 주가는 지난달 29일 1만1600원까지 폭락했고, 30일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쌍방울그룹도 자회사 아이오케이 주가가 지난달 31일 1235원에 불과했으나 이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지난 4일에는 2085원까지 급등했다. 이날은 다시 1215원으로 주저앉았다. KG그룹 자회사 KG케미칼은 지난 5일 3만550원에서 이날 4만1200원까지 올랐다.


문제는 에디슨모터스와 쌍방울그룹이 주가 상승기에 타 자회사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는 것이다. 디엠에이치, 에스엘에이치, 아임홀딩스 등 에디슨EV 대주주들은 지난해 5~7월 기존 최대주주가 들고 있던 에디슨EV 주식을 사들인 뒤 7~8월 주가가 상승하자 대거 매각했다. 쌍방울그룹도 자회사 미래산업이 보유중인 또 다른 자회사 아이오케이 주가가 오른 틈을 타 지분을 매도했다. 주식 매각금액만 124억원을 넘어선다.

한국거래소는 에디슨모터스가 실제 쌍용차 인수 능력·의사가 없음에도 주가 부양 후 차익 실현을 위해 인수전에 참여한 게 아닌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6일 “부실기업 매각과정에서 불공정거래 혐의가 발견되는 경우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발견된 위법행위에 엄중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의 행위를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기업들이 주가부양·기업홍보 등 이면의 목적을 가지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법적 처벌이 이뤄지려면 인수능력이 없음에도 의도적으로 인수에 나서는 것처럼 행동했다는 목적성을 입증해야 한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업 펀더멘탈보다 심리적 호재에 기대 거래에 뛰어든 투자자들도 쌍용차 인수전의 투기화(化)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오케이는 사업부문이 ‘100% 엔터테인먼트’로 공시돼있다. 자동차와는 전혀 관계없는 기업이다. 에디슨EV도 인수에 성공할 경우 일부 시너지 효과가 있겠지만 수개월새 55배나 주가가 급등할 요인은 찾기 힘들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