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우크라이나 사태가 겹치면서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은 여전히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코로나로 인한 대면 소비 위축과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원자재 가격 급등, 물가 상승으로 경기 위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표한 ‘4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경제동향에서 “대외 여건에 대한 우려로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평가한 것보다 더욱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국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가 크다는 게 KDI의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로 대외적으로 원자재 가격 급등, 국제금융시장 불안, 제조업 심리 악화 등이 발생했다. 당장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시장 점유율이 비교적 높은 원유, 니켈, 소맥 등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이 많이 올랐다. 원자재값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국의 중앙은행이 줄줄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 물가와 금리가 오르면 가계의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자연히 정점을 찍고 하강 중인 코로나 사태 완화로 인한 경기 회복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주요 경제지표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일제히 악화 양상이다. 2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2.6으로 한 달 전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제조업 업황 BSI(기업경기실사지수) 전망은 2~3월 93에서 4월 83으로 10포인트 하락했다. 비제조업 BSI 전망도 2~3월 85에서 4월 81로 4포인트 떨어졌다. 3월 수출 증가 폭(18.2%)도 전월보다 2.4% 포인트 줄었다. 수출이 증가했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무역수지는 1억4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4.1%로 전월(3.7%)보다 상승 폭이 더 커지면서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나마 3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03.2로 전월(103.1) 수준을 유지한 것이 위안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이런 추세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 KDI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심화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하면 세계 경제 전반의 회복세가 제약되면서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점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세종=이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