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보이스피싱 대응 주무 기관인 금융감독원은 대만 소식에 항상 귀를 세우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처음 고안된 곳이자 날로 진화하는 신종 수법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범죄는 1997~98년 동아시아 외환 위기 무렵 대만에서 시작됐다. 경기 불황에 취업 길이 막힌 젊은이들이 돈을 손쉽게 벌 수 있는 행위에 빠져든 것이다. 이런 보이스피싱 조직은 2000년대 초반까지 활개를 치다가 대만 정부가 2003년 대대적인 소탕에 나서면서 세가 다소 꺾였다. 일부는 푸젠·광둥 등 중국 남부 지역으로 주 무대를 옮겼지만 여전히 대만에는 10만명 이상이 관련 조직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간이 흘러 다시 세를 키운 보이스피싱 조직은 2000년대 중반 한국·일본 등 인근 국가로 눈을 돌렸다. 금융보안원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한국에서 집계된 보이스피싱용 악성 앱 유포 행위 1만5581건 중 94%가 넘는 1만4695건이 대만발(發) 인터넷 프로토콜(IP)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만 보이스피싱 조직은 범죄 수법 고도화와 신종 수법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조직을 ▲총책 ▲상담원(콜센터) ▲상담원 관리책 ▲대포 통장 모집책 ▲현금 인출책 ▲환전·송금책 등으로 체계화한 것도 이들이다. 최근 해외 발신 전화번호를 조작, ‘010’을 제외한 뒤 8자리(1234-5678)를 가족의 휴대폰 번호와 일치시키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속인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도 대만에서 고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날로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조직 탓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면서 “한발 늦을 수밖에 없는 법·제도 대응보다 홍보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신종 수법이나 피해 사례, 대응책을 효과적으로 알릴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