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해충돌 논란에도 휩싸인 한덕수, 청문회에서 해명해야

입력 2022-04-08 04:01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로펌 및 기업에서의 고액 연봉 수령에 이어 이번에는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였다. 언론 보도를 보면 한 후보자는 1989~1999년 서울 종로구 단독주택을 미국 통신업체 AT&T와 정유사 모빌(현 엑슨모빌) 측에 차례로 임대하고 6억원대 임대 수익을 올렸다. 문제는 한 후보가 해당 기간 청와대 통상산업비서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외국 기업의 사업에 영향을 줄 위치에 있었다는 점이다. 통상 분야 고위 인사가 미국계 대기업을 잇따라 세입자로 들인 것이 이해충돌 소지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후보자는 “부동산 중개업소에 일임해 임차인을 구했을 뿐”이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해당 중개업소는 외국인 임대 전문으로 알려졌다. 당시 외국 기업이 국내 부동산을 소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목 좋은 위치에 장기 월세를 하는 게 보편적이었다. 한 후보가 외국인 임대 전문 중개업소에 세를 내놓았다는 것 자체가 외국계 기업을 염두에 뒀을 거라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해법은 간단하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말대로 과연 한 후보자가 정말 중개업자를 통해 자연스럽게 계약을 맺은 건지 아니면 임차 기업과의 물밑 접촉이 있었던 건지 따져봐야 한다. 그 기업들이 임차 전후로 외교부 등을 통해 이익을 얻은 게 있는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7일 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한 만큼 이제 본격적인 검증의 시간이 왔다. 한 후보자는 이해충돌뿐 아니라 그동안 제기된 로펌 및 사외이사 연봉의 적절성 문제 등에 대해 국회에서 명백히 해명하고 국민의 심판을 기다려야 한다.

민주당은 이날 ‘직무역량·공직윤리·국민검증’을 새 정부 3대 인사 기준으로 정했다. 정권 교체가 된 만큼 민주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한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치밀한 검증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다만 민주당은 문재인정부 시절 7대 인사 기준을 마련하고도 위장전입, 논문 표절, 음주운전 등을 저지른 인사들을 총리 및 장관으로 임명한 바 있다. 한 후보자처럼 로펌에서 거액을 받은 이들이 민주당 도움으로 장관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런 민주당이 송곳 검증 운운하며 새 정부 인선에 무작정 딴죽을 걸면 내로남불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다. 위법·탈법이 명백하거나 도덕성이 큰 문제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통 큰 협조도 필요하다. 민주당의 태도도 새 정부 내각 인선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임을 잊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