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핵실험 경고한 미국… 북한은 도발 멈추고 대화에 응하라

입력 2022-04-08 04:03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6일(현지시간) 전화브리핑에서 북한이 오는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 등을 계기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뒤 긴장 고조 행동을 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지난달 북한의 ICBM 발사에 이어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대남 협박성 발언으로 험악해진 분위기 속에 나와 주목된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도 이날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신뢰할만한 억지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미 당국자들의 잇단 대응 조치 발언을 단순 경고로 흘려 보내지 말아야 한다. 미국의 민주당 정부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부터 주고받기식 타결 방식의 한계를 깨닫고 북한의 실질적 행동 변화를 기다려 온 점을 감안할 때 추가 도발이 자칫 예기치 않은 사태로 번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은 그동안 대량살상무기 실험을 할 때 대체로 미국 독립기념일 등 경축일에 맞춤으로써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11일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1비서로 추대된 지 10주년, 15일은 태양절 110주년으로 내부 체제 공고화를 위해 무력 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한·미 당국은 실제로 북한이 복구 중인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에서 소형 전술핵 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김 대표는 “전제조건 없이 북한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도 밝혔다. 특히 북·미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골자로 하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토대로 중요한 작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 점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합의 연장선에서 협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어서 고무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한·미동맹 강화 의지가 강한 만큼 대북 협상에서 신속히 보조를 맞추며 실질적 진전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북한은 아무런 조건 없이 대화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