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탈고한 후 대선 결과를 접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끝나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을 때 벌어진 상황이 떠오릅니다. ‘K-트럼프의 시간’이 전개될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검찰을 활용한 사정 정국을 조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국 전 장관이 최근 출간한 ‘가불 선진국’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조 전 장관은 5일 유튜브 채널에 올린 북토크에선 윤석열 당선인 공약인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관련해 “검찰 공화국을 넘어서 검찰 왕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권을 내준 여권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는 검찰인가 보다. 보복 수사를 우려하며 연일 검찰 견제 발언을 쏟아내고 있으니 말이다. 특히 ‘채널A 사건’ 연루 의혹으로 2년간 검찰 수사를 받았던 한동훈 검사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아 무척 당혹스럽겠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어제 “제 식구 감싸기와 정치적 편파·표적 수사 행태가 도를 넘었다”며 “검찰 수사권 분리로 제2의 한동훈을 방지하겠다”고 비판했다. 최강욱 의원은 “검찰 왕국을 공언한 후보가 당선되니 검찰 움직임이 정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날을 세운 바 있다.
조국 일가 수사를 지휘한 이후 좌천을 거듭한 한 검사장은 여권으로선 제일 껄끄러운 인물이다. 피의자라는 족쇄마저 풀렸으니 새 정부 인사에서 요직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입성할 수도 있다. 윤 당선인도 중용을 언급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대형 사건을 도맡아 처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장에 기용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 대통령 최측근이란 상징성과 코드 인사에 따른 정권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게다. 정권의 보복을 당한 데 대해 앙갚음을 할 거라는 의구심도 있다. 양 진영으로 갈라졌던 검찰은 언제 그랬냐는 듯 벌써부터 신권력에 충성 경쟁을 한다. 3년간 캐비닛에 묵혀둔 현 정권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수사에 전격 나선 걸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검찰 왕국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고도 볼 수 없다. 여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도 무리수지만 무소불위 검찰 왕국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