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아주버님 빚보증으로 하루아침에 모두 잃어… 주님 앞에 굴복하자 원망과 서운함 사라져

입력 2022-04-11 03:06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병약하여 자주 굿을 했다. 부엌에서 어떤 할머니가 물을 채운 큰 항아리에 바가지를 두들기며 주문을 외우는 일도 많았고, 동네사람들이 모인 마당에서 굿판도 벌였다. 교회에 다니던 나는 그 장면들이 너무 싫었다. 여기저기 붙어있던 빨간 부적이 마음에 걸려 어느 날 부모님 몰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부적마다 칼로 십자가를 그으며 굿이 사라지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 후 놀랍게도 우리 집의 굿과 부적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러다 꿈꾸던 교육대학에 들어가 교사가 되었다. 그러나 주말 부부에 아이 둘을 기르는 것을 감당할 수 없었다. 주위에선 모두 반대했지만, 내가 교사를 꼭 해야 한다면 하나님께서 법을 바꿔 다시 교단에 세워 주시리란 믿음으로 사표를 냈다. 그리고 교회가 운영하던 어린이집 원감을 했다. 어느 날, 남편이 초등 임용고시 발표가 되었다며 문제집 하나를 사 주었다. 시간이 없어 논술형 문제 딱 하나만 풀었는데 바로 그 문제가 출제되어 합격을 했다. 교사정년 단축으로 갑자기 많은 교사가 필요하여 하나님께서 법을 바꾸어 주신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아주버님이 찾아와 “제수씨, 미안합니다. 제가 꼭 다시 갚겠습니다.” 딱 한마디를 하고 떠났다. 아주버님께 급한 일이 생겨 남편이 보증을 섰는데 결국 다 날아간 것이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우리는 비가 새고 손가락만한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는 집으로 이사를 했다. 어느 날, 미우라아야꼬의 책에서 ‘큰 장애가 있어도 부부는 참 아름답게 살아간다.’는 내용에 큰 감동을 받고 새벽까지 눈물의 기도를 했다. 며칠 뒤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졌다. 의사는 가망이 없다고, 살아나도 식물인간 아니면 전신마비일 것이라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하나님, 이 사람 지금 가면 상급이 너무 적습니다. 한번만 기회를 더 주십시오!”하며 땅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놀랍게도 남편은 4일째 의식을 찾고 기적같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하지만 몸 절반의 통증과 감각이 분리되고 오른쪽 발가락 신경이 죽어 걸음이 불편한 장애인이 되었다. 그 책을 왜 읽게 하셨는지, 왜 그렇게 깊은 기도를 시키셨는지 알게 되며 결혼 10주년에 병원 침상에서 쏟아지는 함박눈을 바라보며 남편과 함께 감사 기도를 올렸다. 많은 기도응답과 체험을 했고 미워하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힘든 삶에 늘어나는 빚, 남편의 뇌출혈까지 연결되며 아주버님이 용서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부흥회와 세미나를 쫓아다니며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그때마다 회개의 눈물을 흘렸지만 막상 현실로 돌아오면 사랑할 수 없었다. “그렇게 기도하는데. 이제 그만 용서할 때도 되지 않았어?”하는 남편의 말에 마음만 더욱 무거워졌다. 또 하나, ‘정말 하나님이 계실까?’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끝없는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 때 알았던 목사님을 찾아 한마음교회에 갔다. ‘부활’ 말씀을 반복적으로 듣는 사이에 목사님과 성도들이 흥분하며 말하는 부활과 내가 아는 부활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다 ‘모든 사람에게 믿을 만한 증거로 부활을 주셨다.’는 말씀을 보고 너무 놀랐다. 성경을 수백 번 읽고도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말씀이었다.

더욱 간절하게 매달리던 어느 새벽, 섬광처럼 ‘예수님의 부활은 역사’임이 비춰졌다. ‘아! 부활, 진짜 일어났던 역사구나! 2000년 전에 하나님이 이 땅에 오셨다 가셨구나!’ 역사라는 한 단어에 내 눈이 확 열리며 머리에만 있던 부활이 드디어 마음 중심에 꽂혔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나의 하나님이고 나의 주인이셨다. 드디어 보이지 않는 세계가 정확히 보이고, 성경의 모든 말씀에 ‘아멘’으로 응답하게 되었다. 입술로는 날마다 주님이라고 부르면서도 내가 마음의 주인으로 버틴 것이 부활하신 예수님 앞에 얼마나 큰 죄인지 비춰지자 온 마음으로 통회하며 하나님 앞에 굴복했다. 그 순간, 신기하게도 아주버님과 시댁 식구들에 대한 원망과 서운함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모든 죄의식과 눌림도 떠나며 얼룩진 내 삶에 종지부를 찍었다.

대학생 때부터 꿈꾸던 제자양육을 위해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복음을 전했다. 자살공포에 시달리던 졸업생 2명이 예수님을 영접했고, 열정적인 신앙으로 사모가 되어 선교사로 파송되었다가 6년 만에 한계에 부딪혀 삶까지 포기하고 싶다는 친구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남편과 선교지로 다시 떠나 행복한 사역을 하고 있다. 평생 외로움에 들로 산으로 떠돌던 자매, 현실과 허상의 구분 없이 몽상 속에 살던 자매, 기적과 내적치유를 찾아다니며 방황했던 자매도 복음으로 기쁨을 되찾았다. 복음을 듣고 리더로 세워져 또 다른 작은교회로 분가되는 재생산의 역사도 계속되고 작은교회를 통해 해외지부도 세워졌다. 모두가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하신 일이다.

돌아보면 감사의 눈물만 나온다. 예수님의 부활을 증거로 주신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하며 남은 삶을 남편과 함께 부활의 증인으로 사도행전 29장의 역사를 계속 써 나가기를 소망한다.

정미경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