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인성교육

입력 2022-04-08 04:07

예(禮)가 없다. 정치권에서 하는 말 중 예의라는 말이 요즘 유독 귀에 들어온다. 상대에게 서로 예의가 아니라고 한다. 권위를 인정해 달라고 항변하는 듯 보인다. 상대방이 먼저 예를 지키지 않았으니 똑같이 갚아주겠다는 식의 말과 태도도 있다. 품격 없다. 동양철학자들은 예의 주체를 나라고 설명한다. 나이와 지위 등으로 따지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상대가 나에게 먼저 베푸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적절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돌이켜 보는 것, 더불어 살기 위해 내 의무와 도리를 다하는 것을 예라고 한다. 서양도 마찬가지다.

정직이 없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학력과 이력을 쉽게 속인다. 이런 사람들이 잘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제법 돈도 많이 벌고 지위도 높아진다. 잘된다는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러곤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드러난 거짓도 아니라며 또 다른 거짓으로 덮으려 한다. 정부 부처와 정당, 회사 등의 집단도 마찬가지다. 사회 지도층이 그러다 보니 거짓이 너무 만연해 무감각해졌다.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보통 사람도 많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 거짓은 결국 대가를 치른다.

책임이 없다.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클수록, 지위가 높을수록 무거워야 하는 게 책임이다.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한다면 직접 잘못하지 않았더라도 지위에 따라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정책 집행자도 마찬가지다. 건전한 문제 제기도 정파적으로 해석해 무시하고, 졸속으로 집행하려다 더 큰 문제를 만드는 일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일반인과 달리 높은 사람들은 별로 책임지지 않는다. 문제를 개선하기보다 처벌을 피할 꼼수를 찾는다.

존중이 없다. 상대를 깎아내려 한다. 아니면 말고, 흠집 내기에 골몰한다. 동등한 지위인데 어리다고 무시하고 성별이나 학력으로 차별한다. 존중은 지위나 성별 나이 등에 구애받는 개념이 아니다. 의견이나 생각, 입장도 포함된다. 높이어 귀중하게 대하는 것, 아니 높일 필요 없이 다른 의견, 다른 생각, 다른 입장을 귀중하게 대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배려가 없다. 기본권을 보장해 달라고 해도 내 이익 외엔 관심도 없고, 도와주거나 보살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해주고 싶은 대로 해주고 배려했다고 생각한다. 배려는 상대가 원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묻고 듣고 마음을 잘 전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상대가 배려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배려가 아니다.

소통이 없다. 방송의 토론 프로그램은 시청률을 위해 공방만 벌인다. 이를 현실에서도 똑같이 하면 답을 찾을 수 없다. 원하는 것을 다 얻으려고만 하면 소통은 불가능하다. 오해와 쌓인 감정은 대화로 풀리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소통은 인내와 양보를 바탕으로 한다.

협동이 없다. 곤경에 처한 국민을 위한 일에서도 유불리를 따진다.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

예와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효는 인성교육진흥법의 핵심 가치·덕목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가장 먼저 배를 빠져나온 선장 같은 어른을 만들면 안 된다면서 2014년 5월 전체 국회의원 3분의 1에 해당하는 102명이 공동 발의한 법이다. 2014년 12월 통과됐고 2015년부터 시행됐다.

이 법에선 핵심 가치·덕목을 적극적 능동적으로 실천 또는 실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공감·소통하는 의사소통 능력이나 갈등 해결 능력 등이 통합된 것을 핵심 역량이라고 정의한다. 학생들에게 인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교육하기 이전에 사회 지도층부터 재교육받아야 할 듯싶다. 인성은 가르친다고 갖춰지지 않는다.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배운다.

전재우 사회2부 선임기자 jw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