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카드 인수, KT·우리금융 2파전…하나지주는 불참 분위기

입력 2022-04-07 04:02 수정 2022-04-07 04:02
뉴시스

롯데카드 인수전이 사실상 KT와 우리금융그룹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롯데카드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핵심 매각 가치로 선불교통카드시장에서의 과점 효과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3년 만에 다시 매각 대상이 된 롯데카드 임직원 사이에서는 타사에 팔릴 경우 ‘서자 신분’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6일 투자은행(IB)업계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롯데카드 주요 인수 후보는 KT와 우리금융그룹으로 압축된 상태다. 기존에는 하나금융그룹도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됐으나 최근 인수 의사를 거두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날 “하나금융 내부적으로는 인수를 하려면 3년 전에 진작 했어야 했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결국 가격이 문제다. 이제 와서 1조원 이상의 웃돈을 주고 롯데카드를 인수하기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 1조8000억원에 롯데카드를 인수했다.

하나카드가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단숨에 시장점유율 3위 사업자로 뛰어오르는 등 몸집이 커지지만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소송정국에서 공격적인 기업결합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KT와 우리금융그룹은 롯데카드를 인수할 유인이 존재한다. KT는 비씨카드와 케이뱅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만큼 기존 금융자회사와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비씨카드는 주요 고객이던 우리카드·전북은행이 최근 가맹 해지를 선언하며 수익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전업카드사 인수가 묘안이 될 수 있다.

우리금융그룹의 경우 자체 카드결제망 구축을 수년째 추진하는 등 이 분야 경쟁력 강화에 애써왔다. 롯데카드와 인수합병(M&A)할 경우 비용·경영효율이 크게 개선된다. 롯데카드 인수 시 시장점유율도 현재 9.2%에서 19.5%로 뛰어오르며 신한카드(21.2%)에 바짝 다가선 2위 사업자가 될 수 있다.


MBK파트너스는 롯데카드의 핵심 강점으로 선불교통카드 시장에서의 과점력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1위 사업자인 한국스마트카드(티머니)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국내 사업자가 롯데카드 산하 자회사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날 “교통카드 사업 자체의 수익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교통결제시장의 플랫폼을 과점했다는 게 핵심”이라며 “사업확장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크다”고 전했다. 롯데카드가 소유한 캐시비 운영사 로카모빌리티(2위)와 마이비(3위) 한페이(4위)를 합치면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어선다.

하지만 롯데카드 직원들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금융회사들의 합병 사례를 살펴보면 합병 대상 회사의 임직원은 승진 등 인사에서 암묵적인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