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기 목사님이 인도하시는 부흥회에서 강력한 성령 체험을 한 나는…목회자의 길로 들어섰습니다.”(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영산목회자선교회’(영목회) 회원들의 목회 출발점은 이영훈 목사의 고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영목회는 영산 조용기 목사의 신앙과 신학을 계승하는 제자들의 모임이다. 책은 2021년 9월 14일 하늘나라의 부름을 받은 조 목사에 대한 제자들의 추억담이자 증언록이기도 하다.
책을 함께 엮은 36명의 전·현직 목회자 등 사역자들은 춥고 배고프고 병마에 시달리던 시절, ‘조용기’라는 통로로 하나님을 만났다. 인생의 결정적 순간, 목회로 투신한 그들은 길게는 반세기 가까이 조 목사 곁에서 함께 울고 함께 웃었다. 이들에게 가장 강렬한 스승 조 목사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엄기호(성령사랑교회) 목사는 “조 목사님은 해외 선교를 수없이 다니셨는데도 다녀오신 지역에 대해 잘 모르셨다. 성회에만 집중하셨다. 호텔에 머물면서 현지에 도착한 날부터 귀국하는 날까지 기도만 하셨다.”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장을 세 차례나 맡았던 권경환 목사는 “내가 기억하는 조 목사님은 매주 토요일마다 주일 예배를 위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만사 제쳐 놓고 제1순위로 기도원에 오셔서 기도하셨다”면서 “우리는 그 모범을 죽는 날까지 기억하고 본받아야 마땅하다”고 회고했다.
조 목사의 열정과 성실함을 기억하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그 가운데 정재우(은혜의정원교회) 목사는 “성회 후 호텔에서 목사님의 짐을 빼고 방을 점검할 때마다 테이블에 단어 연습한 연습지들이 쌓여있는 모습을 봤다. 그 종이에는 영어가 아닌 프랑스어와 독일어 단어가 가득 적혀 있었다.”
책에서는 제자들을 향한 스승의 애틋한 마음이 곳곳에 묻어난다. 해외 성회 중 비행기나 차 안에서 틈틈이 목회 조언으로 제자들을 챙긴 일, 엘리베이터에서 부교역자에게 자신이 차던 손목시계를 툭 벗어준 일화도 있다. ‘희망의 신학자’인 독일 위르겐 몰트만 박사와의 만남과 교제가 이뤄지게 된 뒷얘기도 흥미롭다.
영목회장 전호윤 목사는 조 목사의 목회를 두고 “인간의 지혜와 말의 기교에 속한 능력이 아니라, 더 많은 기도와 말씀 연구에 따른 하나님의 능력에 속한 일”이라고 정리했다. 책장을 넘길수록 전 목사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