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수도 상하이시가 폭증하는 코로나19 감염자를 수용하기 위해 시의 상징적 건물인 국가회의전람센터(NECC)를 격리 시설로 바꾸기로 했다. 코엑스의 10배 규모인 이곳에 4만개의 침상이 설치될 예정이다. 중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이래 가장 많은 하루 2만명대 감염자가 나오고 있지만 자가격리 대신 엄격한 시설 격리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6일 상하이시에 따르면 전날 하루 코로나19 감염자는 1만7077명으로 또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이후 상하이의 누적 감염자는 9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4일 2500만 주민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핵산 검사 이후 감염자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상하이시는 이날 전 주민 대상 코로나19 검사를 한 차례 더 실시했다. 상하이시는 코로나19 방역 업무 회의를 열어 “더욱 철저하고 단호하고 신속한 조치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역 지시를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하이시는 전날 밤 SNS 계정을 통해 리창 상하이 당서기가 국가회의전람센터의 임시 병원 개조 현장을 시찰했다며 이곳에 침상 4만개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가회의전람센터는 중국국제수입박람회 등 시 주석이 참석하는 굵직한 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이런 장소를 코로나19 임시 병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중국 당국이 앞으로도 모든 감염자와 밀접 접촉자를 철저히 격리하는 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보여준다.
상하이에선 이미 병원 입원 또는 시설 격리 대상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격리 시설로 활용하던 호텔 외에 레지던스 아파트, 체육관, 전람시설 등 62곳이 새로 투입됐다. 상하이의 3대 컨벤션 시설인 국가회의전람센터, 신국제엑스포센터, 세계엑스포전람관도 모두 격리 시설로 전환됐거나 전환 작업 중이다. 그런데도 무증상 감염자나 밀접 접촉자 등 격리 대상자가 넘쳐나 저장성 등 인근 지역에서 상하이 지역의 감염자를 수용하고 있다.
상하이의 확산세가 지속하면서 5일 중국 전역에선 2만472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왔다. 중국에서 하루 감염자가 2만명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규 감염자 중 약 93%인 1만9089명은 중국 당국이 확진자 통계에 넣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다. 일각에선 무증상 감염자와 밀접 접촉자를 열악한 격리 시설로 보내는 대신 자가격리하도록 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도 나왔지만 중국 당국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상하이 방역 현장을 둘러본 쑨춘란 부총리는 임시 병원 건설과 격리 장소 확충 등 관련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국무원 합동 브리핑에서 지난달부터 중국 전역의 누적 감염자는 17만6455명으로 31개 성급 지역 중 29곳으로 확산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도 청명절 연휴(3∼5일) 기간 중국 내 관광객 수는 7541만명을 기록해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