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세계관 마케팅’에 주목한다. 화성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원숭이가 지구를 찾아오고, 고릴라가 화성에서 즐겨 먹던 레시피로 빵집을 차리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MZ세대를 세계관에 몰입시켜 팬덤을 형성한다는 전략이다.
이마트24는 6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편의점 점장 캐릭터 ‘원둥이(사진)’를 공개했다. 원둥이는 화성에서 이마트24를 운영하는 원숭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부캐릭터(부캐)인 고릴라 ‘제이릴라’의 동네 동생이기도 하다. 먼저 지구에 도착해 활동하는 제이릴라에게 연락을 하고 지구를 찾았다. 이마트24는 그동안 신상품, 이벤트 등의 정보 전달 위주 콘텐츠에서 더 나아가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우주 세계관을 구축할 계획이다.
세계관 마케팅은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해 팬덤을 형성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알면서도 모른 체’하며 가상 세계관에 몰입하며 즐기는 것이다. 실제로 이마트24가 원둥이 캐릭터를 공개한 뒤 “재미있둥” “귀엽둥” 같은 원둥이의 말투로 댓글을 다는 소비자들이 생겨났다.
원둥이의 동네 형 제이릴라도 지난해 4월 등장한 이후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화제를 모으는 중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5만명에 이른다. 명품 브랜드에서 협찬을 받거나 전 세계에 2대뿐인 한정판 전기바이크를 출시하기도 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신세계푸드에서 제이릴라의 세계관을 접목해 베이커리 ‘유니버스 바이 제이릴라’를 론칭했다. 우주의 레시피를 바탕으로 화성에서 만들어 즐기던 이색 빵을 지구에 선보인다는 콘셉트다.
LG생활건강도 지난 1월 화장품 브랜드 빌리프의 스토리텔링형 세계관을 공개했다. 스코틀랜드의 빌리프 허브숍에서 일하는 ‘빌리’와 대장장이 요정 ‘로이’가 모험을 하는 내용이다. ‘텐텐망치’ 아이템으로 10초 안에 모든 것을 채우는 로이는 세안 후 10초 안에 수분을 잡아주는 ‘뉴메로 10 에센스’ 상품을 상징한다. LG생활건강은 세계관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달에 국내 뷰티 업계 최초로 빌리·로이 캐릭터를 대체불가능 토큰(NFT)으로 발행하기도 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