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부차 학살’과 관련된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러시아군이 마치 장난하듯 잔혹한 살상을 저질렀고, 심지어 여성들을 자녀들 눈앞에서 성폭행한 뒤 살해했다고 한다.
영국 BBC는 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격으로 눈앞에서 아버지를 잃은 유리 니치포렌코(14)의 증언을 보도했다. 부차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유리와 아버지 루슬란(49)은 러시아 군인의 저지에 곧장 가던 길을 멈추고 손을 들었다. 그런데 곧바로 러시아 군인이 아버지에게 총을 쐈다고 한다.
유리는 “아버지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그 순간에 총을 맞았다. 심장이 있는 가슴 쪽에 총알 2발을 맞고 쓰러졌다”고 전했다. 동시에 러시아군은 유리의 왼손을 향해서도 총을 쐈다. 유리는 땅에 쓰러져있는 와중에도 군인이 자신의 팔에 다시 총을 쐈다고 했다. 이후 러시아 군인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던 아버지의 머리를 향해 또 한 번 총을 쐈다.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도 우크라이나 민간인 희생자들의 처참한 모습이 담긴 90초 분량의 영상이 공개됐다. 부차를 비롯해 이르핀, 디메르카, 마리우폴 등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희생자들의 시신이 그대로 상영됐다.
이 영상을 소개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 연설에서 “그들은 수류탄 폭발로 자신의 아파트와 집에서 살해당했고, 러시아군은 오직 재미로 자동차 안에 있던 민간인들을 탱크로 깔아뭉갰다”며 “그들은 민간인들의 팔다리를 자르고 목을 베었다”고 전했다. 이어 “여성들은 자녀들의 눈앞에서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다”며 “이러한 짓은 다에시(IS의 아랍어 약자)와 같은 다른 테러리스트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고 분노했다.
우크라이나의 한 시민단체는 ‘부차 학살’과 관련한 러시아군 지휘관을 구체적으로 특정했다. 영국 더타임스에 따르면 국제시민단체 인폼네이팜이 공개 정보를 활용해 부차를 점령했던 51460부대가 러시아군의 제64 차량화 소총 여단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 부대의 지휘관으로 아자베크 오무르베코프 중령을 특정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