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쟁 전문 저널리스트 팀 마샬이 ‘지리의 힘2’를 펴냈다. 전 세계 30개국에서 150만부 이상 판매된 ‘지리의 힘’은 지리라는 렌즈를 통해 국제정치와 경제, 전쟁, 빈부격차 등을 조명했다. 이번 책은 그 후속편으로, 전작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담았다. 오스트레일리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그리스, 터키, 사헬, 에티오피아, 스페인, 우주 등 전 세계 10개 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다룬다.
특히 30여개의 지도를 통해 독자들은 경제 전쟁과 영유권 다툼, 정치적 갈등, 해상항로 경쟁 등 지정학적 갈등의 원인을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현재와 미래에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은 그들의 물리적 배경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며 “어느 나라든 그들의 이야기는 이웃나라들, 바닷길, 그리고 천연자원과 관련된 그 ‘위치’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오랫동안 ‘미지의 남쪽 땅’이었다. 가장 가까운 이웃인 뉴질랜드까지 거리도 2000㎞나 될만큼 뚝 떨어져 있다 보니 적이 침공하기도 어렵지만 해상항로가 봉쇄되면 속수무책이 된다. 오스트레일리아는 해군력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는 동시에 동맹을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트레일리아는 미국에 일부 군사력을 지원하고 미국은 핵우산을 제공한다. 북쪽으로는 거대한 중국이 있다. 중국과 관계가 틀어지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가 깨진다. 경제적 측면과 군사적 측면을 고려할 때 오스트레일리아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해야 한다.
터키는 목 좋은 곳에 있어 늘 외부 세력의 탐욕스러운 시선을 감당해야 했다. 동서남북으로 향하는 무역선들은 터키를 통과해야만 했다. 지금은 유럽으로 들어가려는 난민 행렬이 통과하는 관문 중 하나다. 권력을 쥘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를 가진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야심은 신오스만주의와 연결된다. 그러나 에르도안 정권이 들어서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슬람 사회로 방향을 틀어 이웃국가들과 끊임없이 충돌하고 외교적 고립이 심해지고 있다.
저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터키 특파원과 외교부 출입기자, BBC 기자로 일했다. 발칸 전쟁, 코소보 내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 ‘아랍의 봄’ 혁명 등을 현장에서 보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