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는 훌륭한 상품이지만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결국 치즈를 발명했죠.”
알버트 비어만(사진) 현대자동차그룹 유럽기술연구소 고문이 지난 28일(현지시간) 독일 자동차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우유는 전기차를, 치즈는 수소차를 의미한다.
비어만 고문은 “전기차는 매우 실용적이지만 불행히도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미래 친환경차 시장의 주도권은 전기차에서 수소차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어만 고문은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 출신이다.
일단 수소 연료는 저장·운송이 쉽다는 특징을 갖는다. 액체 상태의 수소는 기체일 때보다 부피가 800분의 1로 줄기 때문이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도 전기차보다 훨씬 길다.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는 1번 충전으로 820㎞, 도요타 미라이는 750~850㎞를 주행할 수 있다. 완충까지 걸리는 시간도 5분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나 수소차가 치즈처럼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팔린 수소차는 약 1만7400대다. 전기차 판매량(약 480만대)의 0.36% 수준이다. 완성차 업체가 생산하는 양산형 수소 승용차는 넥쏘와 미라이가 전부다. 혼다가 수소차 클래리티를 생산했었지만 지난해 6월 단종에 들어갔다.
미베 도시히로 혼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소 연료는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도 수소 승용차 개발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수소차 개발이 지지부진한 배경에는 극복하기 힘든 기술적 한계, 불투명한 사업성이 자리한다.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손실되고, 이 수소를 수소차에 주입해 전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다시 에너지 손실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에너지의 60%만 사용하는 셈이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수소차는 연료전지, 전기배터리, 수소탱크통 등을 갖춰야 해 공간활용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백금을 연료전지촉매제로 사용하기 때문에 제조비용이 전기차보다 많이 든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수소 모빌리티 기술 목표를 소개한 ‘하이드로젠 웨이브’에서 3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었다.
다만 단가 인하가 쉽지 않아 수소 사업 로드맵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당초 제시한 목표의 달성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는 2019년 1월 발표한 수소경제 로드맵에서 ‘2022년까지 수소 승용차 6만5000대 보급’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에 등록된 수소 승용차는 1만9270대다. 수소충전기도 310개를 설치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126대 뿐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022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수소차 보급 목표를 5만4000대로 수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차와 충전소만 늘린다고 수소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정부는 숫자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6일 지적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