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나타난 ‘릴레이 고백’의 풍경은 정상적인 정당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 강성 지지자들이 이른바 검찰·언론 개혁 법안의 4월 통과를 요구하며 문자·전화·팩스 폭탄을 퍼붓자 민주당 의원들이 잇따라 “나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의원들은 “내가 반대한다는 건 명백한 오해”라거나 “한 번도 반대한 적이 없다”는 식으로 구구절절 해명해야 했다. 정당과 국회의원은 유권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반영해야 하지만, 지금 민주당의 상황은 협박과 굴복에 더 가까워 보인다. 강성 지지자들은 “4월 안에 검찰·언론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보이콧하겠다”는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선거와 표를 무기 삼아 벌이는 실력 행사에 거대 정당이 끌려 다니고 있는 셈이다. 당 내부에서조차 “우리가 생각한 민주주의가 이런 모습은 아니지 않느냐, 두려움보다 자발성이 민주주의 원칙 아니냐”(이원욱 의원)는 한탄이 나왔다.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것은 민주당이 5년 만에 정권을 잃은 주요한 원인 중 하나였다. 그들이 원하는 정책과 정치는 대다수 국민이 기대한 것과 괴리가 컸고,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유권자를 실망케 했다. 이미 지난해 재보선을 전후해 이 문제를 지적하는 당내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강성 지지층에 영합하면 당이 나락에 빠진다.”(조응천 의원) “강성 지지층에 끌려 다니다 당이 오그라들어 재보선에서 참패했다.”(유인태 전 의원) 이런 경고에도 기존의 행태를 답습했던 민주당은 소신과 반론과 토론이 사라진 정당으로 전락했고, 결국 대선도 패배해 정권을 내줬다. 문재인정부 5년간 한국 사회가 극심한 분열에 빠졌던 상황도 강성 지지층에 의존하는 정치와 무관치 않다. 그들이 제공하는 콘크리트 지지율은 독이 든 사탕처럼 당장은 달콤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당과 정권의 건강한 기능을 망가뜨렸다. 그로 인해 두 번의 패배를 겪고도 민주당은 자성과 쇄신 대신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지금 문자 폭탄을 보내는 이들의 주축은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팬덤이라고 한다. 문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이 여권의 정치를 쥐락펴락하던 자리에 이 전 지사의 극렬 지지층이 들어가 바통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이 전 지사의 정치적 앞날을 위해서도,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서도, 여소야대 국회의 협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당은 이 문제를 놓고 치열한 내부 토론을 벌이기 바란다.
[사설]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 휘둘려선 미래가 없다
입력 2022-04-07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