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부활한다고?… 강요하면 신고” MZ 직딩들 ‘심란’

입력 2022-04-06 00:04

사회적 거리두기가 조만간 전면 해제될 수 있다는 전망 속에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선 단체회식 등 직장 문화도 코로나19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중소기업은 코로나19 유행이 기승을 부리던 올 1~3월 사내에 ‘회식 금지령’을 내렸다. 회사가 지급하던 1인당 5만원 가량의 회식지원비는 각 부서별로 자가진단키트나 배달 애플리케이션 쿠폰 구매 등에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이 회사는 회식지원비를 원래 목적대로 쓰기로 방침을 바꿨다. 오는 17일까지 적용되는 ‘인원 10명·영업시간 밤 12시’ 제한이 사실상 마지막 거리두기가 될 가능성이 높고, 예전의 회식 문화도 되살아나는 분위기기 때문이다.

‘회식 부활’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직장인 A씨는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만 하다 끝날 회식보다 실질적 도움이 되는 진단키트를 주거나 쿠폰을 따로 주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한 금융회사가 최근 외부 기관에 위탁해 마련한 익명 신고 게시판은 젊은 직장인들이 회식 부활을 막기 위한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등 사내 고충을 솔직하게 토로하는 장으로 개설했지만 최근 들어 회식에 대한 의견이 많이 올라온다는 것이다. 20대 직장인 B씨는 “직원들 사이에선 ‘회식 강요’도 신고로 접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돈다”며 “부서마다 신고를 당할까 두려워 회식을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회식도 결국 업무의 연장인 만큼 ‘2차’는 술 대신 커피를 마시자고 건의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C씨는 “술에 취해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 못하는 회식은 의미가 없지 않나”며 “2차를 가야 한다면 차라리 카페로 갈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얘기가 동료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한숨을 쉬었다.

재택근무를 허용했던 회사들이 코로나19 이전처럼 속속 사무실 출근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회사원들도 있었다. 포스코 등 사무실 전원 출근을 실시하는 기업이 나오는 등 출근 재개 시점을 저울질 하는 기업들이 잇따르면서 ‘저녁 있는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할 것이란 불만이다. 울산의 직장인 D씨는 “퇴근 뒤 조용히 운동하는 게 낙이었지만 이젠 이마저도 즐기지 못할 것 같다”고 푸념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MZ세대의 회식 기피 현상은 위계적·고압적 조직 문화가 빚어낸 하나의 결과”라며 “수평적이고도 소통 가능한 문화를 조직 차원에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