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직장인 김모(29)씨는 매년 카드사별로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해지하기를 반복한다. 카드사가 발급 혜택으로 내거는 포인트, 현금 캐시백을 챙기기 위해서다. 김씨는 “발급 후 일정 금액 이용 등 조건이 붙긴 하지만 카드 한 장에 10만원 이상씩 주어지는 혜택을 고려하면 완전히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등 플랫폼을 통한 신용카드 고객 모집 방식이 카드사들의 ‘돈 먹는 하마’가 되고 있다. 앞다퉈 10만원대 현금성 혜택을 제공하다 보니 ‘체리피커(혜택만 빼먹는 사람)’의 좋은 먹잇감이 된 것이다. 업계는 고객 유치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5일 현재 카카오페이 카드혜택 프로모션 탭에는 신용카드 상품 31개가 전시돼있다. 각 상품은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한 카카오페이 포인트를 제공한다고 홍보한다. 혜택 포인트는 7만원에서 최대 19만원 상당으로 평균 14만원이다.
이 혜택은 여러 번 받는 게 가능하다. 대부분 카드사가 내건 이벤트 참여 조건은 ‘직전 6개월간 해당 카드사 신용카드 결제 이력이 없는 고객’이다. 이 기간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다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여러 카드사에서 카드를 발급받고 혜택을 받은 뒤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다가 다시 카드를 만드는 식의 ‘창조 경제’가 가능하다. A 카드사 관계자는 “혜택이 크다 보니 다른 회사 카드까지 갈아타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카드사 임원도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체리피커를 막기 위해 월별 실적 달성 등 조건을 내걸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카드사 입장에서 플랫폼을 통한 고객 모집은 대면 영업을 하는 카드 모집인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체리피커들이 유입되고 출혈 경쟁이 펼쳐지면서 이 장점은 상쇄되고 있다. B 카드사 관계자는 “플랫폼 모집에 드는 비용은 오프라인 모집 대비 80%까지 올라왔다”면서 “플랫폼 광고 채널이 확대되면서 비용이 점차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카드사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프로모션을 이어가는 것은 점유율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C 카드사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과점 상황이어서 특정 회사가 빠지면 다른 회사로 몰려 유치 경쟁에 뒤쳐질 수 있다”면서 “고객들도 프로모션 혜택에 익숙해지다 보니 회사 입장에서 중단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