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와 주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산업계 전반에 원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원료비 상승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5일 산업계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40달러(4.43%) 오른 배럴당 103.6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30달러대까지 치솟은 데 비해선 낮아졌지만 올 초(76.08달러)보다 여전히 30% 이상 높은 수준이다. 국내 수입원유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도 104.77달러로 연초보다 30% 이상 올랐다.
주요 원자재값도 연초 대비 크게 올랐다. 제철용 원료탄(호주산)과 철광석(중국 칭다오항) 가격은 t당 각각 471.5달러, 159.85달러로 연초 대비 30%가량 높다. 나프타, 에틸렌, 알루미늄, 니켈, 아연 등도 연초보다 두 자릿수 이상 오른 상태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생산비용 증가를 온전히 흡수하기 어려워진 일부 업종은 이를 소비자 제품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이들 업종 기업은 감당할 수 있는 원가 부담 한계를 넘어서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전자업계의 경우 철판과 플라스틱, 구리 가격 상승이 이를 원자재로 사용하는 냉장고나 세탁기 등 생활가전 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은 결국 제품 가격으로 어떻게든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올해도 가격 상승 압력이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체별로 상황이 다르겠으나 원자재 급등으로 인해 제품 가격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생산, 물류 등의 효율화를 통해 영향을 최소화하겠지만 그 범위를 벗어날 경우 가격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값 불안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올 하반기는 돼야 원자재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원유는 배럴당 80달러대, 석유는 t당 150달러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원은 “가격 급등 후 최근 약보합세를 보이는 원자재 가격은 하반기에 들어가면 불안 심리가 누그러지고 재고가 늘어나며 하락세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이 현재 기업에는 비용 부담 증가, 소비자에게 제품 가격 인상 등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핵심 원자재 비축을 늘리고 해외 자원 개발, 공급망 안정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