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국내 소비 회복이 동시에 작용한 탓이 크다. 원유와 곡물 가격이 급등한 대외적 요인과 외식 서비스 가격 상승 등 대내적 요인이 겹쳤다. 두 요인 모두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물가 상승 추이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를 보면 석유류는 1년 전에 비해 31.2% 급등했다. 품목별로 보면 등유가 47.1%, 경유 37.9%, 휘발유 27.4%로 상승 폭이 컸다. 자동차용 LPG도 20.4% 올라 택시, 소상공인의 부담이 컸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이 크게 작용하면서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도 2월 0.79% 포인트에서 1.32% 포인트로 뛰었다.
먹거리 가격도 크게 올랐다. 국제 밀 가격 상승으로 빵 가격이 9.0% 올랐고, 생선회는 10.0%, 치킨도 8.3% 올랐다. 수입 소고기(27.7%), 돼지고기(9.4%)의 상승 폭도 컸다. 원재료비 상승이 이어지면서 외식 물가도 6.6% 올랐다. 외식 물가는 1998년 4월(7.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물가 기여도도 함께 높아졌다.
반면 농산물의 출하량 증가, 축산물의 공급 여건 개선 등으로 농축수산물은 가격 안정세를 보였다. 농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3.8% 하락했고, 특히 채소류는 10.4% 떨어져 하락 폭이 컸다.
계절적 요인을 받는 농산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3.3%로 상승 추세를 보였다.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이 민감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0% 상승했다. 체감하는 물가 상승 폭이 더 크다는 뜻이다. 오미크론 유행이 꺾이고 방역 조치가 전면 완화되면 수요 증가에 따른 물가 상승세는 더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 상황에서는 물가 상승 요인이 더 많은 상황이라 당장 물가가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자재 수급이 안정화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드는 것을 기대해볼 수 있을 텐데, 이미 기대 인플레이션도 높아져 확산세를 잡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현 정부뿐 아니라 차기 정부도 물가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유가 급등으로 교역 조건이 악화하면 내수가 위축되고, 국내 경제성장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유지하고, 올해 연간 상승률은 한은의 기존 전망치(3.1%)를 웃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분간 물가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등 물가 문제는 그 어느 현안보다도 중요하고 엄중한 사안”이라며 “정부 교체기에 물가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역량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