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최모(32)씨는 지난 2일 앱마켓에서 싸이월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았다. 최씨는 2000년대 중반부터 10여년 동안 개인 사진과 하루를 정리한 일기까지 매일 싸이월드에 게시물을 업로드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했었다.
최씨는 싸이월드에 남아있는 사진을 보며 ‘과거로의 추억 여행’을 기대했지만, 앱 접속 후 곧바로 실망감에 빠졌다. 과거 미니룸과 일촌 목록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 사진첩 등의 과거 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 텅 빈 최씨의 모바일 싸이월드를 지켜본 최씨 남편은 “그새 과거 사진을 지운거냐”며 최씨에게 핀잔을 주기도 했다. 최씨는 “남편에게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오픈되지 않아 그런거지 지울 과거는 없다’고 해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2019년 10월 이후 서비스가 중단됐던 싸이월드가 지난 2일 앱을 통해 부활했지만, 일부 서비스만 제공되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싸이월드는 1999년 출시된 이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가 유행하기 전 국내에서 ‘전 국민의 소셜 플랫폼’으로 불렸다. 2009년 누적 회원 수만 3200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소셜 플랫폼 이용 형태의 변화에 밀리면서 결국 2019년 10월 서비스가 중단됐다.
이후 싸이월드는 지난해 2월부터 ‘부활’을 시도했지만 재출시 시기가 수차례 연기되는 등 부침을 겪었다. 결국 지난 2일에서야 웹 기반에서 스마트폰 기반으로 옮겨 앱으로 재출시됐다. 하지만 과거 이용자들의 기대와 달리 출시된 앱은 현재 미니룸, 일촌맺기, 파도타기 등의 서비스만 이용 가능해 ‘반쪽짜리’라는 오명이 씌워졌다.
싸이월드의 핵심인 사진첩과 다이어리 기능은 이용자의 로그인 순번에 따라 차례로 제공될 예정이다. 싸이월드 측은 “170억장의 사진과 1억6000만개의 동영상을 유실률 0%로 모두 복원했다”면서 “다만 개인의 동의 없이 사진 등의 고객정보를 그대로 게재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어 이용자가 로그인해 휴면해제 해야만 복원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4일 오후 8시부터 시간당 2만명씩 사진첩 업로드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선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앱 설치나 접속이 되지 않는 등의 품질 문제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싸이월드 측은 “앱 출시 초기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서버가 장애를 일으켰다”면서 “즉시 서버를 증설하는 식으로 대처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