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측을 겨냥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을 공개적으로 처음 가했다. 북한이 한국의 정권교체 시기를 노려 핵실험을 재개할 경우 한반도 위기는 크게 고조될 것으로 우려된다.
김여정(사진)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우리는 남조선을 겨냥해 총포탄 한 발도 쏘지 않을 것”이라며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할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그러나 “남조선이 서욱 (국방부 장관)이 언급한 선제타격과 같은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상황은 달라진다”면서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 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부부장은 “이런 상황에까지 간다면 무서운 공격이 가해질 것이며 남조선군은 괴멸, 전멸에 가까운 참담한 운명을 감수해야 한다”면서 “이것은 결코 위협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핵보유국에 대한 선제타격은 망상”이라며 “그야말로 미친놈의 객기”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스스로를 핵보유국으로 표현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김 부부장은 ‘같은 민족’이라며 남측을 향해 총포탄 한 발도 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도 ‘핵 무력’으로 경고하는 ‘화전(和戰)’ 양면전술을 펼쳤다. 서욱 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도발 명분을 쌓고 그 책임을 남측에 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은 이번에도 대선 기간 선제타격을 언급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거론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윤 당선인을 간접적으로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해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김 부부장의) 발언은 서 장관을 이야기한 다음에 나왔다”면서 언급을 자제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앞으로 북한의 도발, 안보 위협에 대해서는 한 치 오차 없이 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나 핵 무력 등을 거론하는 부분 등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 한반도 상황이 유동적인 시기인 만큼 한반도 상황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데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용일 김영선 기자 mrmonst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