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 싸움’이다… 자율주행 앞두고 ‘정밀지도’ 경쟁

입력 2022-04-06 04:04
현대오토에버가 구축한 정밀지도. 각 차선과 교차로의 곡률, 신호등과 표지판 등의 정보까지 정밀하게 나타나 있다. 현대오토에버 제공

3단계 수준의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오면서 정밀지도(HD맵) 개발을 위한 경쟁이 뜨겁다.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기업까지 가세했다. 현재 2~3조원 규모의 정밀지도 시장이 향후 수십조원까지 성장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SD맵의 오차 범위는 미터(m) 단위다. 반면 HD맵인 정밀지도의 오차는 10~20㎝ 수준이다. 차선, 도로 정보뿐만 아니라 지형의 높낮이, 교차로의 곡률, 신호등과 표지판 등의 정보까지 담고 있다. 차선 유지, 속도 조절 수준의 자율주행인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을 넘어 차선 변경, 추월까지 가능한 고도화된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이런 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차에 장착된 카메라·레이더 등의 센서만으로는 고속 자율주행 시 주변 상황을 완벽히 판단·반응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해선 차가 정밀한 지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주변 환경을 예측하고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정밀지도 개발에 가장 앞선 기업은 현대오토에버다. 전국 자동차전용도로 1만6000㎞ 구간에 대한 정밀지도 구축을 끝낸 상태다. 현재 지속적으로 최신화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 차량에 적용한 사례는 없다. 이르면 현대차가 제네시스 G90에 국내 최초로 자율주행 3단계 기술을 적용하는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정밀지도와 정밀지도 송수신기를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카카오 등 IT 기업들도 정밀지도 사업에 뛰어들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선정한 올해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정밀지도 구축’이다. 이미 지난해 말 정밀지도 시스템 개발 스타트업 스트리스를 인수하면서 초석을 마련했다.

네이버의 선행기술 자회사 네이버랩스는 최근 정밀지도 기반의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 ‘알트라이브’를 적용한 자율주행차의 주행 영상을 공개했다. SKT는 전 세계 정밀지도 1위 기업인 네덜란드의 히어(HERE)와 손잡고 고도화된 T맵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BMW·벤츠·아우디 컨소시엄은 히어를 약 3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노키아 위성지도사업부에서 분사해 설립된 히어는 전 세계 300만㎞가 넘는 도로 정밀지도 데이터를 확보했고 90여개 국가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 르노는 정밀지도 2위 업체 톰톰과 협업하고 있다. 스텔란티스와 혼다는 구글 자회사 웨이모와 함께 정밀지도를 구축하고 있다.

정밀지도가 상용화하면 이를 통해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 호출 시 정교한 위치 안내가 가능하고 미래 도심항공서비스(UAM) 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표지판이나 신호등 같은 도로 시설물 관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며 “앞으로 정밀지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