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송영길 화법

입력 2022-04-06 04:10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이런 말을 했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돼도 새로운 정권이 창출되는 것이다.” 정권 교체론이 연장론을 크게 앞서자 ‘이재명 당선도 정권 교체’라는 등식을 만들어냈다. 정치인의 말이 갖는 묘미는 단순한 논리로 허를 찌르는 데 있다. 허를 제대로 찌른 이 말은 논리도 아주 단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출마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 여당 후보의 정권 교체라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명쾌하게 설명한 이 논리는 2010년 연평도 사태 당시의 “폭탄주” 발언을 떠올리게 했다. 북한의 포격에 폐허가 된 마을을 둘러보던 그는 깨지지 않은 소주병을 들어 보이며 “이건 진짜 폭탄주네”라고 했다. 폭탄이 떨어진 곳에 있는 술이니 폭탄주라던 단순한 논법은 10년이 지나서도 “문재인이 아니니 정권 교체”라는 말로 이어지며 ‘송영길 화법’의 상징이 됐다.

그의 말은 이렇게 꾸밈이 없다. 보이는 대로 생각하고, 생각한 대로 말한다. 하지만 우리의 귀는 적당한 가식을 더 달콤하게 느끼는 법이어서 그의 화법은 당대표 시절 여러 설화를 불렀다. “기러기 가족의 아빠는 술 먹다 죽고 엄마는 바람이 난다”며 그렇게 유학 보내지 않아도 되도록 한전공대를 잘 만들자고 했다가 많은 기러기 가족을 폄훼한 망언 취급을 받았다. “윤석열 후보는 돌잔칫상에 엔화가 놓일 만큼 일본과 가까운 집안”이란 글을 돌잔치 사진과 함께 SNS에 올렸는데, 엔화란 것을 자세히 보니 천환짜리 한국 지폐였다. 엔화처럼 보여서 그런 줄 알았고, 그렇다고 생각했으니 그렇게 말했던 특유의 화법은 사실무근 네거티브로 비난을 받았다.

이런 말도 대선 때 했다.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고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이 직설적인 말을 세상은 역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총선’ 불출마를 말했는데,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니 딴죽 거는 사람이 많다. 내가 “586세대는 이제 광야로 나가야 할 때”라고 했지, 언제 “지방선거 나가지 말아야 할 때”라고 했던가…. 그는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태원준 논설위원